매일신문

사면초가 옐친 조기 하야할까

러시아 정부와 하원(국가두마) 등의 연정 구성 움직임과 하원의 강력한 대통령 탄핵 움직임으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운명이 '일견' 풍전등화다.

세르게이 야스트르젬스키 크렘린궁 대변인은 24일 옐친 대통령이 겐나디 셀레즈뇨프 하원의장과의 통화를 통해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 서리 정부와 하원, 그리고 상원(연방회의) 등3자 대표가 참가하는 3자간 위원회의 구성 문제를 논의했으며결과는 긍정적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셀레즈뇨프 의장은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가 이 위원회의 구성은 물론, 이위원회를 통해 연립정부 구성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옛소련 시절을 통틀어 러시아에처음으로 '연립정부'가 구성될 것임을 시사했다.

연립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을 띄게 될 것인지에 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그러나 이 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크렘린궁이나 하원의장의 앞서 발표에서 옐친이 3자간 위원회나 연립정부 구성에 참여할 것이란 문구나 시사는 전혀 발견할 수없다.

즉, 러시아가 심각한 경제위기와 급격한 정치 격변의 회오리에 휩싸인 현재 옐친은 완전히뒷전에 물러나 있다는 얘기다.

옐친이 집권 7년 내내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거나 자신의 권좌를 넘보는 사람을 용납치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현상은 다분히 시사적이다.

그러나 러시아 연방 공산당이 주도하고 있는 하원이 계속 옐친의 하야를 촉구해오고 있다는점을 감안하면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체르노미르딘으로서도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별로없어 보인다.

즉, △하원과 공동으로 옐친의 조기 하야를 촉구하거나 △ 옐친 입장에서 하원을 무마해 나가거나 △ 하원과 완전 적대세력으로 갈라서는 것 등 3가지 선택방안이 있지만 체르노미르딘 스스로의 대국민 신뢰도가 낮은데다 그가 이미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한 점을 감안하면두번째와 세번째를 선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게 타당하다.

따라서 '짜르(황제)' 옐친 특유의 '예측불가능성'을 논외로 하면 사면초가에 빠진 옐친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조기하야 밖에 없는 셈이다.

러시아 일간 시보드냐가 25일 '대통령이 현재, 무엇보다 먼저 하원이 대통령에게 충성스러운 법(평온한 사후를 보장하는 법)을 마련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을 지 모른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