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반기 경제성장 5.3%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동향과 통계청이 내놓은 7월중 산업활동동향이 보여주는 각종 경제지표는 구조조정이 잘 되면 마이너스 1, 2% 성장에 그칠 것이란 연초의 전망과는 달리 우리경제의 성장기반 자체가 허물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소비둔화에 따른 극심한 내수위축에다 그동안 활기를 띠었던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생산과 소비 투자 모두 급강하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하반기에도 지금 추세를 역전시킬만한 특별한 요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 가능성 차원에서만 운위되고 있는 러시아발 세계공황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우리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붕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이다.

▲디플레이션이 현실화 조짐=80년대 미국을 압도했던 일본경제가 추락하게 된 데는 디플레이션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들어 계속 최저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소비 둔화는 우리 경제에도 디플레이션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증거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지난 2분기 민간소비는 12.9%가 감소, 지난 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2분기 이후 20%대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던 수출도 올 2분기에는 16.1%대로뚝떨어졌다.

이같은 내수위축과 수출부진의 상승작용으로 투자가 급감했다. 생산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2분기중 제조업 생산은 10%가 감소, 사상 최대의 감소폭을 보였고 특히 경공업의 부진은 더욱 심각해 무려 14.3%나 줄었다. 소비위축이 경기침체와 기업수지 악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생산감축과 기업도산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소비감소를 불러오는 디플레의 전형적인 모습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생산기반 자체의 붕괴 가능성=소비위축과 생산감소는 기업의 휴.폐업을 증가시킨다. 7월중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가 줄었다. 이는 수출 부진에도 원인이 있지만소비 감소로 인한 영향이 더 컸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도소매판매는 7월중 17.4%가 감소했다. 특히 내수용 소비재 출하액은 23.6%나 감소, 정부가 세수감소에도 불구하고 소비진작을 위해 단행한 특소세 인하 조치가 소비자극에 전혀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같은 소비와 생산 감소로 7월중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3.7%에 머물러 사상 최악의 부진을 나타냈다. 이로써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올들어 7개월 연속 60%대에 머물렀다. 즉 7개월동안 생산설비의 40%가 놀고 있다는 얘기다.

향후 경기전망을 가늠케하는 투자도 매우 부진하다. 1분기에 마이너스 40.7%를 기록했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2분기에는 마이너스 52.4%로 급락, 설비투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절반에 머물렀다. 돌려야 할 설비의 40%가 놀고 있고 향후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설비투자도 지난해의 절반에 머물렀다는 것은 곧 생산능력 자체가 축소되고 있는 의미이다.▲향후 전망=한국은행은 "현재의 추세로 보아 하반기에도 특별한 호전요인이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통계청 역시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선행종합지수의 추이로 보아 내년상반기까지는 경기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성장률은 정부 전망치보다 훨씬 더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은 이미 올해 성장률이5%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해 정부의 당초 전망치(마이너스 4%)를 수정했다. 민간연구기관들은 이보다 더 떨어져 마이너스 6, 7%, 최악의 경우에는 마이너스 9% 이하로 내려갈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업자도 연말경쯤이면 2백만명에 육박하게 되고 내년 1분기에는 2백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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