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린교육- 달성군 가창면 용계초교

대구·경북 53개교 도입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뀌고, 교사가 바뀌면 학급과 학생들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학교 현장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초빙교장·교사제를 도입한 학교를 둘러보면 실감난다.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용계초교 학생 1천여명은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 한다. 주입식 교육이 사라지고 자기가 할 공부를 스스로 계획해 자기주도로 공부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공부를 하지 못한다고 선생님께 꾸중들을 일이 없다. 수학은 떨어져도 사물놀이는 친구보다잘할 수 있고, 컴퓨터에는 서툴러도 서예에는 대가인 학생들은 누구나 '박사' 칭호를 듣는다. 이들 박사들은 선생님과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컴퓨터 실력은 학생들의 가장 큰 자랑거리. 지난 어린이날에는 5학년 4반 학생 45명 전원이청와대 홈페이지에 접속해 퀴즈에 응모, 김대중 대통령의 편지를 받기도 했다. 학교 전체가컴퓨터 망으로 연결돼 있는등 시설이 우수하고, 자상한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기에 가능했던일. 이 학교는 3년전에는 컴퓨터는 커녕 복사기 조차 제대로 없었다 한다.

변화의 시작은 지난 96년 9월 권경희교장(54·여)이 초빙돼 오면서 부터. 97년 3월엔 전기형교무부장(50) 권연숙연구부장(43·여) 김해숙윤리부장(47·여)과 정보화 담당인 김경옥교사(42·여) 등 4명이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초빙돼 학교 바꾸기에 가세했다.

열린교육에 몰두하고 있는 권교장은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학생 5명과 함께 식사하며 밥상머리 교육을 한다. 또 학생들이 학년 앨범을 만들어 자기 성장 과정을 보며 성취감을 느끼도록 했다. 인사말은 독특하게 '효도 하겠습니다' 이다.

방과후 교육활동 프로그램은 27가지. 방학중 1천여명 학생의 절반이 넘는 6백여명이 참가했다. 지난달 31일 오르간을 배우러 학교에 나온 5학년 정숙이(11·여)는 "피아노학원에 다니다 그만뒀다"며 "학교에서 배우는게 훨씬 재미있다"고 했다.

대구 경일중도 강문호교장(63)을 비롯 이원우(50·국어) 이미영교사(34·여·영어) 등 3명이1, 2년전 초빙됐다. 낡은 3층 교사를 최신 5층 교사로 새단장 중인 이 학교도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는게 학부모들의 평. 초빙 교장·교사들의 극성(?) 덕분에 성적이 올라 과학고와외국어고에 입학하는 학생이 나오고, 이른바 문제아도 크게 줄고 있기 때문. 이미영교사는 "초빙교사인 만큼 뭔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 나태해지려는 자신을 스스로 제어한다"며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대구 경우 초빙된 교장·교사는 모두 13개교 24명. 경북은 40개교 76명에 이른다.학교운영위원회에 서류를 제출해 선택된 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학교를 바꾸려고 노력, 학부모와 학생들로 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6년 9월부터 시작된 교장·교사 초빙제에는 아직 한계가 많다. 우선 초빙대상을 교장·교사 자격증 소지자로 한정, 다양한 학교 경영을 막고 있다. 전문경영인과 석학, 새로운사고를 가진 젊은이들은 학교를 경영할 마인드가 있어도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 교육청 관계자들은 "교육은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며 초빙 대상자를 개방하는데 반대한다. 그러나일각에서는 교육계가 제 밥 그릇을 챙기기 위해 빗장을 건 것이라는 곱지않은 시선도 보낸다.

또 초빙 교장·교사제를 실시하는 학교가 너무 제한적이다. 대구의 경우 특히 고교는 일부실업계 고교에서만 이를 도입했을뿐 일반계 고교는 외면하고 있다. 이른바 선호도가 높은 '경합지구' 학교에 이 제도를 도입하면 실력있는 교사들이 대거 몰려 학력격차가 커지고, 인사혼란이 일어나는 등 문제가 많다며 교육청이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빙 교장·교사에게 아무런 혜택이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학부모와 학생이좋아하는 제도로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면 이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것. 초빙교장·교사제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높고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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