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고교등급제 명확한 방안을

수학능력 뿐 아니라 인성과 품성까지 고려해 우수인재를 뽑겠다는 대입 무시험 전형이 고교간의 학력 격차 때문에 큰 혼선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일반계 고교간 수능 평균점수 차이가 최고 2백32점(4백점 만점)이나돼 2002학년도 대입 무시험 전형을 앞두고 고교등급제 실시가 난항과 혼란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특목고와 일반고의 학력 차이는 무려 2백55점이나 돼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2002학년도 대입 무시험 전형의 첫 대상이 될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진로 선택에 갈팡질팡하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고교별로 등급을 매길 움직임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평준화 지역 학생은 추첨된 고교가 하위등급이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며, 비평준화 지역 학생은 이미 서열이 정해져 있으므로 내신성적을 올리려면 평판이 좋지 않은 학교가 유리할 수도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혼란과 불안감을 떨치지 못할 것은 뻔한 일이다.개인별 특기 등으로 뽑도록 한다는 방침도 혼란을 부추기기는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이 학생의 특기를 살려 진학시키려고 해도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 무시험 전형은 학업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특기와 장점을 살려 진학할 수 있게함으로써 중.고교 교육을 다원화하고, 입시학원화된 고교의 교육을 정상화하며, 과외로 인한사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추천과 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는 큰 숙제가 아닐 수 없으며, 학교별.지역별 편차 극복은 꼭 넘어야 할 산이다. 고교등급제는 결국 성적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지금보다 더 심한 입시 위주 교육을 부추길 가능성마저 없지 않은 점도 문제다.현재까지 유일하게 고교간 실력차를 반영하겠다고 발표한 연세대는 획일적인 고교 서열화에따른 반발과 비교육적 효과를 고려, 고교 등급제는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계열별로 최근 5년간 각 고교별 입학자들의 학업성취도 등을 고려해 고교간 실력차를 반영할 방침이다. 그러나 서울대의 경우는 고교간의 실력차를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나 구체적인 방안을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무시험 전형을 도입한 대학들은 우선 고교 등급제에 대해 명확한 방안을 제시해줘야 교사나학부모가 올바른 진학지도를 할 수 있고, 학생들도 불안감을 벗어나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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