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이야기 두가지만 들어보자. 어느 이집트청년이 아름다운 창녀에게 반했다. 그러나 너무 비싼 몸값을 요구하며 몸을 허락치 않았다. 그러다 어느날 청년은 꿈속에서 그녀와 몸을 나누고 나서는 열정이 식어 버렸다. 그러자 창녀는 '몸값'을 내라며 고소를 했다. 재판관은 이렇게 판결했다. '창녀가 요구한 만큼의 돈을 투명한 유리 항아리속에 넣은 뒤 그녀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여주어라'. 실물이 아닌 꿈속의 환상만을 맛보았으니 여자도 유 리통속의 돈을 눈요기하면 그걸로 값은 치른것이 된다는 판시였다. 그러나 다른 심판자는 " 남자는 꿈속이나마 정신적, 생리적'만족'이 있었지만 여자쪽은 단 한푼의 실질적인 '만족'이 없었기 때문에 불공정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또하나, 뉴욕법원에서 있었던 명(名)판결. 아이 셋을 낳고 정관수술을 한 어떤 남자가 수술 을 믿고 안심하고 사랑했다가 네번째 아이를 임신시키게 되자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판결은 이랬다. '수술후 일정기간동안은 수정위험이 있다는 주의사항을 알리지 않은 의사의 실수로 낳게된 아이므로 18세가 될때까지의 양육비는 마땅히 병원이 물어야 한다. 다만 원고 부모는 귀여운 애를 키우는 동안에 맛보게 될 '인생의 무궁무진한 재미 값'을 ' 양육비에서 공제해야 한다'며 단돈 10만원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모든 재판은 재판관의 개 별적 생장사(生長史)와 자아체험을 통해 생성된 가치관, 인생 철학같은것들에 의해 판시(判 示)의 시각과 논리가 조금씩 서로 달라질 수 있음을 은유하는 예화(例話)들이다. 좋은 판결이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감성과 평균적 이성에 비춰봤을때 자연스레 고개가 끄 덕여지는 그런 판결이라고 본다. 법조문상으로야 똑소리나게 맞아 떨어지는 판결이라 해도 보통 사람들의 양식과 감성으로 볼때 뭔가 껄끄럽게 캥기는 듯한 앙금이 남는 판결은 '살아 있는 판결'이 될수없다.
비록 사법부의 판결행위가 신성불가침한 영역에 속한 헌법적 권한이라 하더라도 법률적 이 해당사자가 아닌 대중조차 마음으로 승복하지 않고 외면하는 판결이라면 '죽은 판결(冥判 決)'이다. 지난주 우리는 혹 '죽은 판결'이 아닌가 하고 고개가 갸웃해지는 두가지의 판결을 보았다. 하나는 1심에서 국회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는 '2백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홍모의 원이 야당을 탈당하고 난 뒤에 열린 2심재판에서는 유죄가 돼도 의원직을 계속 지킬수있는 8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재판이다.
홍씨는 1심판결후 한나라당을 탈당한뒤 국민회의 입당설이 나돌고 있던 사람이다. 외환위기 의 핵심책임자로 규정하고 구속시켰던 강경식, 김인호 두사람이 갑자기 보석으로 풀려 난 것도 그렇다. 외환위기와 선거부정 등 부패정치로 인한 국민적 고통을 살피는 가슴이 있었 다면 판결속에 이런 물음에도 대답이 될 수 있는 논리와 명분이 들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풀어 줄려면 애초부터 잡아 넣질 말든지… 한쪽에서 풀어주고 한쪽에서 정치사정·개혁 한다며 계속 새로 잡아 넣는건 누구의 무엇을 위해서인지-.'이런저런 명(名)판결인지 명(冥) 판결인지 아리송한 판결과 사법처리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김대통령은 혹 11년전 자신 이 사법부앞으로 써보낸 편지 한통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87년 군사정권시절 당시 민추협(民推協)동지였던 김영삼씨와 공동으로 대법원장과 전국 856명 법관앞으로 보냈던 ' 공정한 사법구현과 사법권의 독립을 촉구'했던 그 서한에서 왜, 무엇을 썼던지를- 그리고 사법부는 그때 왜 그런 편지를 받아야 했는지를 기억해보라. 사람은 동쪽에 서 있을때는 오 른쪽의 산을 서산이라고 한다. 그러다 어느날 서쪽에 서는 처지가 되면 똑같은 산을 동산이 라고 바꿔 부른다. 권력자와 사법부는 세상의 동서가 바뀌어도 언제나 산을 그산이라고 불 러야 옳다.
〈김정길:비상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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