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힘들다고 인성마저 버리나

경제난이 계속되자 재산을 노려 아들이 아버지를 청부살해하고, 무시한다는 이유로 부인을살해하는 등 존비속간 범죄가 폭증하는가 하면 부모와 자식들로부터 버림받는 어린이들과노인들이 증가하는 등 인륜을 저버린 심각한 '도덕공황' 현상이 불거지고 있다.경북 김천경찰서는 12일 지난 94년 11월 중순께 자신의 집 큰방에서 의붓딸 A양(15)을 성폭행한 것을 비롯, 최근까지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지난 5월부터는 A양의 동생(12)을 성폭행해온 혐의로 이모씨(41)를 긴급체포했다.

지난 4월 경주에선 30대 실직자가 부인이 부부관계를 거절하는데 격분, 부인을 흉기로 찔러숨지게 하고 딸(2)을 목졸라 살해했다. 김씨는 "수개월전 실직한 뒤 처마저 나를 무시해 갑자기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지난 8월 서울에선 재산을 많이 상속받기 위해 간암을 앓고 있던 아버지와 계모를 청부살해한 30대가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7월초엔 대구시 동구에서 40대 남편이 돈을 집으로 가져다 주지 않는다고 달려드는 부인을 목졸라 숨지게 하는사건이 일어났다.

존비속간 폭행사고도 IMF 이후 폭증하고 있다. 7월초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선 술취한 20대가 용돈을 내놓으라며 50대 아버지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고, 이달초엔 과일행상을하는 30대가 결혼을 시켜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갓 태어난 자식을 내다버리는 부모들도 늘어 올들어 7월말까지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미아나일시보호소에 들어온 아동이 1백48명으로 지난한해 동안과 엇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자식들로부터 버림받는 노인들도 많아져 연고가 밝혀지지 않거나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을 보호하는 대구시 달성군 희망원엔 노인수가 지난해 1백40명에서 올해는 1백65명으로 늘었다.경북대 이죽내 의대학장(58·정신과학)은 "인륜을 저버리는 행위가 느는 직접적 원인은 경제적 요인이나 근본 원인은 인성이 황폐화졌기 때문"이라며 "인간성 상실로 우리사회는 되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빠져들고 있어 사회전체가 인간성 회복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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