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아마추어 만화가 활동 왕성

캐릭터에 몰두하고, 표정연기도 해보고, 연출도 하며 밤을 꼬박 새워 그림을 그리지만 좀처럼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아마추어 만화가들. 더구나 하급문화로만 취급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

아마추어 만화가들은 예술장르로서의 '만화문화'에 대한 인식변화와 일본시장 개방에 대비한 아마추어 만화의 활성화를 부르짖고 있다.

대구지역에서 '만화인생'을 꿈꾸며 활동하는 아마추어 만화가들은 줄잡아 5백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89년과 95년 각각 동호인들간의 교류와 아마추어 만화 활성화를 위해구성된 연합체 '053'과 '코프'(COPE). 불황에도 불구하고 20대를 주축으로 10대 후반 청소년까지 회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15개 동아리 연합체인 '053'(255-1605) 회원은 모두 1백50여명. 평소엔 동아리별 활동을 하다가 매년 두차례 대규모 전시회를 갖는다. 창립 이후 지금까지 14차례의 전시회를 통해 그동안 쌓았던 기량을 펼쳐왔고, 팬시.캐릭터 용품도 선보였다. 현재 이들은 내년 1월말 예정인 '창립10주년 기념전시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10개 동아리연합체로 70여명의 회원을 둔'코프'(654-7799)도 지난 7월말에 이어 내년 1월에도 정기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 연합체들은 동아리별 비정기 단행본도 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053' 대표 정민종씨(26)는 "아직도 만화작업을 예술행위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인식때문에전시회장 마련조차 힘든 실정"이라고 했다. 프로 작가로 진출하는 통로가 너무 좁다는 것도아쉬움이다. 무작정 만화잡지사에 작품을 내밀거나 기성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는 방법또는 공모전에서 당선되는 것이 진출통로의 전부다. 그나마 공모전 횟수가 적고, 당선되더라도 작가 데뷔를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또 만화잡지에 참여해도 출판사들이 상업성에 부합하는 형식의 그림그리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아 창의성 발휘가 어려운 실정.

고교시절부터 만화에 전념해온 '053' 회원 이갑식씨(25)는 "전시회 홍보나 표현의 자유마저규제받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아마추어 만화 육성을 위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성있는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많이 배출돼야 만화의 질적향상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지역에는 '053'과 '코프' 등 연합체외에 개별 동호회도 30~4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최근엔 중.고교에까지 '만화클럽'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 '코프' 회원인 서윤희씨(23)는 "최근 중.고교에서도 '만화클럽' 활동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대본소, 만화잡지, 서점용 단행본 등 출판만화 시장규모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등 날로 확산되고 있는 만화산업. 그러나 일본문화 개방으로 만화시장의 무차별 잠식이 우려되고 있다.아마추어 만화가들은 국내 만화산업의 경쟁력 육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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