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천륜까지 버린 세태

어느 시대든 완벽한 도덕사회가 구현된 적은 없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간의 천륜이 무너지는 사건이 빈발하는 지금의 세태는 경제위기나 정치위기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위기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폐륜의 시대가 오고있는 것같다.

마산에서 보험금 1천만원을 타내기위해 아버지가 어린 자식의 손가락을 자른 사건이나 지난2월에 있은 어머니가 중학생아들에게 위장자살극을 벌이게한 사건, 7월에 아버지가 독약을넣은 요구르트를 아들에게 먹이고 달아난 사건등은 끔찍하다는 표현으론 오히려 부족하다.살맛나지않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부모가 자식보기 부끄러운 세태에 설사 경제적 풍요를 누릴 수 있다한들 어디서 행복을 찾을 것이며 어떻게 가치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인가. 이같은 폐륜이 끝나지않는다면 그것은 우리전체의 동물적 타락을 몰고오고 공동체의해체를 가져오고 말 것이다.

사실 우리사회의 도덕적 타락은 개발연대에서부터 심각성을 띠기 시작했고 그뒤 상당한 경제적 성과를 거두고도 이를 바로잡기는 커녕 되레 그 정도가 심화돼 갔던것이다. 돈이 모든인간적 가치의 우위에 서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황금만능주의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개발의결과가 자본축적을 가져오고 그것이 자본주의의 성숙을 가져왔다면 그에 걸맞은 윤리적 바탕을 갖추었어야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그러질 못했다. 황금만능의 풍조가 더욱 더 뿌리를깊게 박게되고 도덕적 타락과 생명의 경시는 어느새 가족자해(自害),가족해체의 지경에까지이르게된 것이다.

천륜을 팽개친 범죄에 대해선 엄벌이 있어야하고 어린 피해자녀에대해선 사회의 따뜻한 구제의 손길이 있어야겠지만 그보다 이같은 폐륜사회가 맑아질 수 있도록 우리사회 전체의 각성이 더 절실하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는 사회기강의 문란과 도덕적 타락을 부추기는 환경이 될 수 있기때문에 사회전체의 각성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같은 반인륜적(反人倫的)범죄를 막기 힘들 것이다.

막연한 도덕재무장운동으로 우리사회의 정신적 병폐를 치료하기엔 너무늦은 것같다. 무엇보다 각계각층의 지도층이 자신의 위치에서 바른자세를 가지는 것이 요청된다. 그중에서도 가정, 학교, 언론, 종교단체의 지도적 역할이 특별히 중요하다. 어떤일이든 판단의 기준을 물질적으로 이익이 되는가에 치중하지말고 그것이 옳은 것인가 바른것인가를 먼저 따지는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지도층의 역할이 집중돼야할 시기다. 더 늦기전에 시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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