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의 여름, 미국인들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백만장자선수들의 장기 파업으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 리그의 경기 자체가 야구장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틈을 타서, 그렇지 않아도 미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던 농구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마이클 조던 같은 스포츠 스타가 억만장자가 된 것은 프로 야구 선수들의 장기 파업과 무관하지 않았다.그렇게 시들하던 미국의 프로 야구판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최다홈런의 기록을 갈아치운마크 맥과이어 같은 대형 스포츠 스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스타를 좋아한다.엘비스 프레슬리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그가 쓰던 자잘한 생활용품까지 미친듯이 수집한다. 미국인들은 맥과이어 같은 스포츠 스타를 좋아한다. 맥과이어나 소사에게 홈런을 얻어맞고 머쓱해 하는 투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방어율은 좀 높아졌지만 손님은 좀 끌었을 걸…'이러면 판이 살아난다.
썰렁하던 우리나라 프로 축구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어째서 달아오르는가? 월드컵의 '아우라(파급효과)' 덕분일까? 천만에. 골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맞수가 될만한 수많은 공격수들이 스프츠 스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의 판은 이렇게 해서 짜여진다.국내외 프로야구 경기장이 썰렁해지고 있다고 한다. 왜 썰렁한가? 선수들이 판을 깨고 있기때문이란다. 내가 좋아하는 강타자 이승엽이 투수들의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린다.
많은 투수들이 이승엽의 홈런을 고의 사사구로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견제당하는 강타자가 좋아하는 선수여서 내가 이 소식을 우울하게 듣는 것은 아니다. 야구판에 대한 관심 때문에 그렇다. 개인 기록을 관리해야 하는 투수들이 이승엽을 견제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일이다. 하지만 이승엽은 스타가 되고 싶어하고, 관중은 이승엽이 스타가 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 그런데 투수들이 이승엽과 정면 승부를 해주지 않는다. 이러니 한국의 야구장에서는마크 맥과이어가 생겨날 수 없다. 이러니 야구장은 싸늘하게 식는다. 프로야구도 엄연한 산업인데 이 산업의 판은 이렇게 해서 깨어진다. 이승엽을 고의 사사구로 걸러 보낸 투수들은속으로 이런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관중 따위는 내가 알 바 아니다. 내가 홈런을 맞지 않았다는 것,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러면 판은 확실하게 깨어진다.
'꼴을 못 봐요. 꼴을…'
요즘 아이들이 이런 말을 잘 한다고 한다.
한국인 입양아들이 스웨덴에서, 한국에서 배워간 윷놀이를 하다 스웨덴 양부모에게 들켜 혼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양부모는, 앞서 가던 윷말을 잡고는 손뼉을 치면서 깔깔거리는 입양아들을 호되게 꾸짖고는 윷을 벽난로에 집어던져 불태워 버리더라는 것이다."앞에 가는 건 도둑놈, 뒤에 가는 건 순사"
어린 시절 동무들과의 등교길에 자주 하던 말이다.
우리에게는 앞서 가는 사람 꼴을 못 보는 이상한 경향이 있다. 앞서가는 사람을 '도둑'으로규정하는 이상한 경향이 있다. 순하디 순하다고들 하는 한국인도 좀 앞서 나아가는 사람 꼴을 못 본다. 그래서 앞서가던 윷말을 잡아놓고는 깔깔거리는지도 모른다. 한국인은 때로 이렇듯 잔혹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창은 어떤 방패든 뚫어낼 수 있는 창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패는 어떤 창이든 막아낼 수 있는 방패다. 창과 방패는, 이 이상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통해 개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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