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또 초호화분묘라니

사기에는 진시황의 여산릉 축조에 70만명의 죄수가 동원됐다고 한다. 한 무제의 묘인 무릉의 축조에는 국가 공부의 3분의 1이 탕진됐으며, 한 경제의 양릉 축조에 끌려가 목과 다리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죽어서 묻힌 죄수만도 1만여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신라 문무왕은 "내가 죽으면 화장해 그 재를 동해에 뿌려 달라. 그러면 나는 동해의 호국룡이 돼왜구를 막겠노라"는 유언을 남겼으며, 그 유언에 따라 대왕암의 해중릉침이 조성됐다고 전한다.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우리는 화려한 장례식보다는 평범한 한 '죽음'에서 진한 감동을 받곤 한다. 한국 최초의안과의사이자 한글타자기를 발명한 공병우 박사는 95년 3월 타계하기 직전 "내가 죽거든장기는 모두 기증하고 나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고 장례식도 치르지 말라. 묘자리를 한 평 차지하느니 그 자리에 콩을 심는 게 낫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다.최근 타계한 최종현 SK그룹 회장도 평소 지론인 화장을 몸소 실천해 감동을 안겨줬다. 그런데 또 초호화분묘가 등장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회의 부총재인 정희경의원이 96년 타계한 남편의 묘소 조성을 위해 경기 이천시의 산림 2천평을 훼손하고 봉분만도 50평이 넘는 호화 불법분묘를 만들었다는 보도다.

법적으로는 1기당 봉분을 포함한 묘역을 30㎡(9평)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봉분만도 150㎡가 넘는다니 기가 막힌다. 우리나라의 묘지 면적이 해마다 서울 여의도의 1.2배인 9㎢씩늘어나 2045년에는 1천4백㎢로 국토 면적의 1.5%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런 형편에 생전의 영화를 죽어서까지 누리겠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는 국민의 지탄을 면할 수 없다.더구나 명망있는 교육자 출신이며 여당부총재란 막강한 자리에 있는 정치인의 초호화 불법분묘 조성은 말도 안된다. 법에 따라 엄단해야 마땅하리라 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