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행복의 비결

내 방엔 남으로 창이 나 있어 참 좋다. 창을 열어두면 종일 햇빛이 놀다 가고 저녁이면 별들이 들어온다. 일부러 불을 끄고 앉아 별이 돋아난 하늘을 보며 죽어 별이 되었을 그리운사람들을 기억한다. 결핵으로 피를 한동이나 쏟고 죽었던 초등학교의 친구 복남이도 늘 그립다.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시원한 바람처럼 목소리가 맑고 시원했던 그는 늘이 노래를 잘 불렀다. 집이 가난해서 중학교 진학을 못했는데 교복을 입고 재잘거리며 지나가는 우리를 부역 나가는 어른들 틈새에서 부러운듯 지켜보던 그 큰 눈을 잊을 수 없다. 내가 좀더 철이 들었다면 그의 집을 자주 찾아가 외롭게 병마와 싸우는 그의 친구가 되어 주었으련만.

방안에 들어온 달빛에 몸을 적시고 앉아 창앞의 버드나무 숲을 들여다 본다. 바람이 불때마다 파도소리를 내는 숲, 아침이면 곤히 잠든 새들을 깨우느라 잎새들이 찰랑찰랑 종소리를낸다. 싱싱한 버드나무 숲을 바라보면 기운이 불끈 솟는다.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나무들,버드나무숲에 둥지를 틀고 사는 모든 새들이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치고 오도록하는 기도같다. 나는 내방의 창을 보면서 내마음의 창문을 열고 그 안에 담겨있는것들을 본다. 나도모르는 사이에 쌓여있는 잡동사니들이 마치 고물창고같다. 그래서 버려야 할것과 간직해야할 것들을 챙겨본다. 욕심에서 생겨난 모든 것들을 먼저 들어낸다. 무겁지만 그것들이 나갈때마다 마음에 평화가 고인다. 마치 샘물을 파듯 그것들이 나가면 사랑과 감사와 평화의 물이 솟는다. 나는 이 물들이 마르지 않도록 되도록 아름다운 것들을 간직해 두려 애써본다.내 방의 창문을 통해 들어온 저 아름다운 자연을 담아두고 이곳을 다녀간 향기로운 사람들도 담아둔다. 감사해야 할 일들과 익어가는 가을을 담아둔다. 그것들은 무겁지도 불안하지도않고 늘 입가에 미소가 돌게한다. 그리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향기가 난다. 어쩌면 행복의비결은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문 오틸리아〈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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