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인터넷, 전자우편 등 이른바 네트워크가 정보생활의 중심으로 급격히 자리잡아가면서 해킹(Hacking)이란 말도 그만큼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시스템에 침입해서 파괴와 도둑질을 일삼는 크래커(Cracker) 그룹은 제외하고라도 최근들어곳곳에서 일어나는 해킹은 급진적으로 진행되는 정보사회의 부작용들을 또다른 측면에서 드러내고 있다.
지난6일 오후 하이텔 여론광장(PLAZA)에 해커가 침입, 게시된 글 2백여개를 지우고 정치인들에 대한 노골적인 욕설을 올렸다
지난 13일에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매춘부들을 위한 해킹'을 자처하는해커들이 침입, 수감중인 해커 케빈 미트닉의 석방을 요구하며 외설사진과 신문사 제작진들을 조롱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장난성 글이나 가벼운 주장을 올리는 수준이지만 해외 해커들은 유명 웹사이트를 자신들의 주장이나 메시지로 바꿔버리는 '정치적' 경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울러 '완전한 정보민주주의와 상업성의 타파'라는 기치 아래 상업적인 사이트나 거대기업의 사이트, 프로그램을 공격하는 일이 보편화됐다.
해커들의 정치성을 표면화시킨 계기는 '해커 세계의 전설'로 불리는 이스라엘 거주 청년 케빈 미트닉의 장기구속으로 분석된다.
케빈 미트닉은 지난 81년 미국 유명 전화회사 퍼시픽벨의 컴퓨터 시스템 해킹을 시작으로95년2월 체포될 때까지 10여년 동안 세계 유명 기업이나 기관의 시스템 보안 책임자들에게공포의 대명사로 통했다.
해커들은 3년여동안 재판이 지지부진한채 전화와 컴퓨터로부터 격리된 생활을 하고 있는 미트닉의 장기수감을 '모든 해커들에 대한 공권력의 부당한 위협'으로 간주, 정치적 투쟁을 계속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9일 팬트 해기스라는 해커그룹은 최고의 인기사이트인 야후에미트닉 석방을 요구하는 위협 메시지를 올렸다. 해커들 사이에 이른바 '야후선언'으로 불리는 사건이다. 지금도 유명 웹사이트들은 미트닉의 석방을 요구하는 해커들에게 끊임없이 공격당하고 있으며 해커 사이트인 '2600' 홈페이지(www.2600.com) 등에서는 그의 석방요구가수도 없이 게시되고 있다.
상업성 때문에 해커들로부터 가장 곤욕을 치르는 곳은 인터넷을 통해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포르노 사이트다. 해커들과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들의 싸움은 전투를 방불케한다. 유명포르노 사이트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뒷문(backdoor)'을 공개한 사이트가 수십개에 이르며 각 사이트 운영자들은 날마다 이를 검색, 문에 빗장을 거는 것이다.
컴퓨터업계의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도 대표적인 공격목표다. MS의 홈페이지는 지난해이미 해킹당해 이틀동안 서비스를 중단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독일 해커그룹CCC(Chaos Computer Club)는 윈도NT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 MS의 주요 제품들을 공개적으로 해킹, MS와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다. 뉴욕의 2600, 암스테르담의 XS4ALL 등도CCC 못지않은 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데프콘Ⅵ'이라는 해커들의 집회에서 'Cult of DeadCow'라는 해커그룹은 윈도운영체제의 허점을 파고드는 만능 해킹 툴 '백 오러피스(BackOrifice)'를 발표했다. 그들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할 경우 프로그래밍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도 손쉽게 해킹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범죄인지 정보민주주의 실현인지 잘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해킹은 더이상 어두운 작업실에서비밀스레 이뤄지는 도둑질이 아니라 밝은 곳에서 떳떳하게 주장을 내세우며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발전한 것이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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