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광주 한국화단의 대표성을 띤 42명의 작가가 각각 세점씩의 수묵화를 선보인 이번전시는 규모와 작품의 질적인 무게에 있어서도 수묵의 폭과 깊이를 새삼 가늠해볼 수 있는기회였다.
광주의 작품들은 조선시대로부터 이어져온 문인화풍의 남화(南畵)의 맥을 유지하는가운데, 대구화단에 비해 현실감있는 사실적인 산수화풍의 수묵작업이 주종을 이루고있다.
수묵이라는 전통매체가 현대적인 감성과 정신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으로타지역 작가들이 시류에 흔들리고 있음에 비해 광주의 수묵화가들은 나름대로의 개성을보이면서도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발묵법과 선염, 준법과 담채의 효과를 아우르면서 붓질의호방함과 절제의 밀도를 갖추고 주제를 농익은 필치로 우려내는 기력을 보였다. 또한북종화의 윤곽법과 채색법을 활용, 현실의 서민적 풍경을 동세(動勢)가 강한 풍속화풍으로표현한 작업이라든가 동양화 특유의 공간해석법을 활용하여 도시풍경을 묘사한 작업, 혹은수묵자체가 품고 있는 에네르기를 평붓에 실어 추상적인 이미지 변용을 구사한 작품등수묵고유의 조형성을 유지하면서도 표현적인 폭과 깊이를 탐색하며 고심해온 흔적도 함께엿볼 수 있었다.
한편 대구작가들의 작품은 주제의 표현이나 전통기법의 운용에 대한 관심보다는심상표현이나 관념표현에 무게가 실려있어 대상을 배제한 추상화풍이나 자연대상의요체만을 암시하는 반추상작업이 주종을 이룬다. 또한 수묵 자체의 표현적 성격을 이용한재료실험도 돋보인다. 이를테면 먹물의 번짐과 흘림, 스며듬의 표현성을 이용해 세월의질감을 암시하는 균열효과를 내거나 두텁게 배접한 한지의 마티에르와 물마른 먹으로의미지층(意味地層)의 중첩효과를 얻어내는등,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무엇보다도주목되는 것은 대자연의 상리(常理)에 대한 관조의 깊이를 더하여 심상을 압축, 그 요체를담백하고도 그윽한 울림으로 번안해내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수묵의 표현성은흑백의 단색과 하나의 획만으로도 투명한 만상(萬象)과 만유(萬有)의 근원을 품어내고암시하는 점에서 깊은 정신성을 담보로 한다.
'가장 적은 것으로 가장 많은 것을 말하는'수묵의 언어는 서양의 구축적인 조형방법에식상하게된 오늘의 조형풍토에 비추어볼때 무한한 방법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문제는 작가가 얼마만큼의 정신적 필연성과 예술사유의 폭을 지니고 수묵의 가능성에천착해 가느냐 하는데 있다. 광주작가들은 조형의폭이 너무 한정돼 있고 대구작가들은너무 넘쳐 자칫 희묵(戱墨)에 치우치기 쉬운 객기를 엿보게 하는 것이 흠이다.장미진〈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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