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나라가 무너져 내리는 이 환란속에 국회는 일 손 놓은채 장외 투쟁에다 단식까지 겹쳐 소란스럽다.

◆민생 뒷전 당파싸움만

고귀한 의원님들에게는 백성들 쯤이야 안중에도 없는지 아랑곳없이 연일 네 탓 내 탓 따지며 정치공세하기에 여념이 없다.

국회에 계류중인 민생 및 경제 관련 법안이 5백건이 넘는데도 팽개친채 표적사정 논의로 영일이없으니 정말 넌더리가 나고 참담하다. 이 미증유의 국난 앞에 여야(與野)는 네 탓을 따지기 전에'우리 모두가 정치 잘못한 탓'이라 겸허하게 고개 숙이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게 옳다.여야 할것없이 정치인들이 제 구실을 올바로 해냈으면 오늘의 이 처참한 꼴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제 잘못은 접어두고 사정이니 야당탄압이니 하며 티격태격이니 이 죄 없는 백성들 앞에 부끄럽지도 않은가.

◆무조건 국회정상화를

여야는 어떤 형태로든 즉각 국회로 복귀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국세청을 통해 대선 자금을 모금 했다면 이는 누가 뭐래도 국민 세금을 가로챈 국기(國基) 문란 행위다. 따라서 여당에 정치 공세를 퍼붓기 전에 국민 앞에 사죄하고 새로운 각오로다시 태어날 것을 다짐하는 것이 순리다. 그럼에도 자신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정치공세에만 급급하니 이사람들이 제정신인지 기가 막힌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개혁정치를 지향한다면서 온갖 잡음이 뒤따르는 반(反)개혁 성향의 인물들만잔뜩 영입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정치개혁은 이를 밀고 나갈 개혁의 주체들이 얼마만큼유능하고 청렴한 세력인가에 따라 승패가 결정난다고 본다. 따라서 지금처럼 집권 세력 내부에문제 많은 인사들을 잔뜩 끌어 안은채 힘으로 밀어 붙일때 자칫 정치보복이나 표적 사정 정도로끝나버리고 정작 개혁 자체는 물 건너가기 쉽다.

지난번 YS의 역사바로세우기가 바로 그 좋은 예인 것이다.

◆모든것은 법대로

어찌보면 개혁 정치란 '법에 의해, 법대로' 국정을 끌어나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여와 야가담합하고 정(政)과 재(財)가 유착해서 법 어기는 것을 밥 먹듯하며 모든것을 이른바 정치논리로풀어나가는 것이 구시대의 정치라면 이제 모든것을 '법대로'하자는것이 개혁 정치인 것이다.그런데 정부.여당은 개혁을 내세우면서도 막상 내로라는 야당 의원들을 겨냥, 사정과 내사설을 끊임없이 흘리면서 과거 어느 정권 못지 않게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는듯이 보인다.법에 어긋나면 법대로 처리하면 될것을 괜히 밀고 당기고 하면서 내 편은 챙겨주고 미운 털이 박힌 야당의원만 골라 철저히 옥죄는 정치논리로 일관하고 있는것만 같아 많은 사람들이 "이게 무슨 개혁인가"하고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9단의 노련한 DJ(김대중대통령)인 만큼 사정을 내세워 공동 여당인 자민련까지도 움츠러 드는 상황아래 정치판을 새로 짜려는게 아닌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은게 현실인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DJ의 개혁에 공감을 하면서도 공정치 못하고 편파적이라고 느끼는 연유가 어디있는지 정부.여당은 차제에 따져 보았으면 한다.

과거 우리 정치권은 5공 청문회와 YS시절의 역사바로세우기에 매달려 정치력을 탕진한 끝에 나라가 이 모양으로 전락하는것을 우리는 진절머리 나게 지켜보아왔다.

그리고 개혁이 특정 세력의 당리당략(黨利黨略)의 수단으로 활용되는것 또한 적지않게 보았다.◆경제회생 주력해야

그런만큼 이 어려운 때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것은 경제 회생을 위해 여야가 화합하고 발벗고나서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 백성을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자 한다.물론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여러가지 여건으로 보아 지금 당장은 붕괴되는 경제를 살리고 실업자를 구제하는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본다. 여야는 즉각 국회로 복귀해서 국난극복을 위한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정치권이 그나마 무너지면 국난극복은 누가 맡아할것인지 걱정이 돼서 하는 소리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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