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좌초위기 밀라노 프로젝트

29일 한국섬유개발연구원서 열린 섬유개발연구원 이사회는 지역 직물업계와 섬유개발연구원의 난맥상을 보여주었다. 이날 주의제는 '밀라노 프로젝트'중 '신제품 개발지원센터'에 대한 민자 출연문제. 하지만 권성기 이사장을 비롯 지역 직물업계 대표들중 어느 누구도 업계가 부담해야 할 민자를 선뜻 내놓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권이사장은 "올해 지원할 국비 40억원을 기계설비 도입에만 사용하라면 전혀 손댈 수 없는 돈"이라며 "기계설비는 민자부문에서 현물출자를 할 수 있다"면서 회의에 참석한 산업자원부 관계자의눈치를 살폈다.

이에 산자부 조인성 서기관은 "신제품 개발지원센터 건립은 해외주문 샘플제작과 패션업계의 소량주문에 응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연구원 실무진이 요청한 사업"이라고 전제한 뒤 "민자를 내지않겠다는 것은 지역 섬유산업 발전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못을 박고 나왔다.조서기관은 이어 "민자유치 문제는 업계대표들끼리 따로 모여 논의해야지 이사회란 공식석상에서유치방안이 확정될 수 있겠느냐"고 '충고'했다. 조서기관의 이러한 충고에 지역 직물업계 대표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섬유개발연구원도 여론수렴과정 소홀과 준비부족을 드러냈다. 섬유개발연구원은 이날 총11명으로구성된 신제품 개발센터 설립 추진위원 명단(안)을 이사들에게 돌렸다. 이에 모직과 메리야스업계대표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전체 직물업계의 여론도 수렴하지 않고 화섬직물 위주로 추진위원을 구성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권이사장이 이와 관련 "시안일 뿐"이라며 "각 업계에서 추진위원명단을 제출해달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서 이사들의 불만을 겨우 잠재웠다. 또 '신제품 개발지원센터' 건립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서가 나와야 하지 않느냐는 이사들의 지적에 권이사장은 "추진위를 구성하겠다"며 어물쩍 넘어갔다. 유재선 섬유개발연구원장은 이와 관련 "전문가도 경험자도 없어 개략적인 계획서밖에 없다"며 "더 다듬어 제출하겠다"고 답변했다. 연구원내에 전문가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아무튼 '신제품 개발지원센터' 민자유치 문제는 지역 직물업계와 섬유개발연구원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 됐다. 정부가 종전과 달리 민자유치를 이처럼 집요하게 요구하자, 섬유개발연구원 건립당시 업계 모금액중 잔액을 관리하고 있는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의 종잣돈(seed money ) 23억원을 민자로 돌리자는 안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직물업계와 섬유개발연구원이 '신제품 개발지원센터' 민자유치건을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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