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축협 경북도지회

"사랑이 듬뿍 담긴 우유를 마신 어린이가 더 건강하게 자라겠죠?"

손꼽아 보면 개최된지 10년을 훌쩍 넘긴 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육상경기에서 1등으로 골인한 후 '우유를 실컷 마시고 싶다'는 한마디를 어렵게 꺼낸 가냘픈 여자선수를 잊지 못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이젠 모두들 잘 살게 됐단다. 그래서 우유를 물처럼 마시고 심지어 몸에 바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돈이 없어 우유 한팩을 마시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때 한창 고름우유 파동으로 양축농가들이 힘들 때였습니다. 내 아이 건강을 위해서 아낌없이사주는 우유지만 불우한 어린이들은 돈이 없어 못마신다는 얘길 들었죠. 양축농가와 시설아동 모두들 돕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일이 벌써 3년이나 됐습니다"

지원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축협중앙회 경북도지회 백성봉씨의 설명이다.

하루 간식비가 5백~6백원에 불과한 시설아동들은 우유를 마신다는 것 자체가 꿈같은 일이라는얘길 듣고 지난 96년 축협중앙회 경북도지회와 조합 직원들이 마음을 모았다. 각자 형편에 따라매달 5천원에서 6만원까지. 대구시내 3개 시설 어린이 2백5명에게 매일 2백㎖ 우유 한 개를 보낼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 모였다.

"작지만 우리의 정성이 합쳐져 어린이들의 뼈와 살이 된다고 생각하니 즐거울수 밖에 없죠. "하지만 요즘 이들의 마음은 그리 가볍지 않다. IMF라는 장벽 때문이다.

요즘같은 세월에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불황의 회오리 바람속에 일부 직원들이 지원을 포기했다. 당연히 모이는 돈이 줄어들었고 올해부터는 '신망애원' 원생 65명으로 지원을 축소할 수 밖에없었다.

신망애원 이정석총무는 "대구시내에서 우유를 마실 수 있는 시설은이곳밖에 없다"며 "우유급식이후 원생들의 잔병치레가 줄어들어 그 효과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고 고마워했다."선물 몇 개 건네주고 사진찍는 생색내기용 지원보다 개인 후원자들의 지속적인 도움이 절대적인데 IMF이후 그런 지원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우유도 마찬가지죠. 혹시 그분들의 어려운 사정으로 지원이 끊어질까 조마조마한 마음입니다"

이총무의 불안한 말투에서 축협 직원들이 모은 정성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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