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밀려올 일본문화 그 영향과 대책

지난 1일 폐막된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일본 영화에 대한 한국 영화팬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와이 순지 감독의 '4월의 이야기'는 관객이 뽑은 가장 볼만한 영화로 선정돼 상을 받았다. 폭발적인 인기로 일찌감치 입장권이 동이 난 것도 대부분 일본영화들이었다. 국내 상영이 금지된 일본영화들은 불법 복제돼 시네마떼끄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으며, 심지어 일본으로 직접 날아가 영화를 보는 골수팬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일본 영화시장의 규모는 한국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엄청나다. 한국영화 의 연간 제작편수는 60편 정도에 그치고 있는 반면 일본 영화는 5배에 가까운 2백80편이나 된다. 입장객수는 한국의 3배, 흥행수입은 7배가 넘는다.

이같은 대규모 자본력을 지닌 일본영화의 공세는 한국 영화시장의 재편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삼성경제연구소는 개방후 일본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7~10%에 이르고, 한국영화의 흥행수입이 40억~1백억원(7~1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방을 앞두고 이미 일본 영화 판권을 사들이는 국내 배급업자들이 줄을 잇고 있어 판권가도 치솟고 있다. 모리타 요시미츠의 '실락원', 이와이 순지의 '러브 레터' 등 인기 감독들의 작품들이수입계약이 체결돼 빗장만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 영화에 대한 이상 열기는 오랫동안 금지돼온데 대한 반작용으로 장기적으로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 극장가에서 할리우드영화가 주류를 이루는것을 보더라도 한국 영화산업의 완전 붕괴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영화계의 일본영화 베끼기 관행이 근절될 것으로 기대되는 일본영화 개방은 국내 충격파를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방시기 방법 등 대응방안을 철저히 강구해야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하청공장'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력은 극영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 시장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이미 일본의 TV용 애니메이션이 국내 시장을 70% 가량 장악한데서 그 파장을짐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음성적으로 한반도에 상륙한 일본 애니메이션은 세계적으로 저패니메이션이라고 부를만큼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층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일본에서 1천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원령공주' 등 인기 애니메이션들이 속속 들어올 경우 '미래소년 코난' '세일러문'등 이미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열광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경우 캐릭터사업을 함께 하기 때문에 그 위력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보다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산 제작보다 현실적으로 이익이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수입에 업자들이 몰려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의 싹이 죽는 결과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개방이 되더라도 TV용 애니메이션은 정부의 '국산 만화영화 의무 편성비율'에 힘입어 당장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방송사들이 정부의 정책과 상관없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산 애니메이션의 단가를 낮추거나 기존 작품의 재방에 연연할 경우 시장이 정체될 가능성도 있다.

비디오시장은 이미 일본 애니메이션이 60%정도를 점유하고 있어 극장용 만큼 시장확대 효과가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대원동화의 황정렬 기획실장은 "방송쿼터제 등을 통해 국내 제작사들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할수 있는 여건을 우선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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