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침몰대구경제 고부가로 살리자-유통의 메카로

미국 중부에 있는 테네시주 맨피스시는 미국 유통업이 시작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1916년 '피글리위글리'라는 슈퍼마켓이 처음 들어서 미국 전역으로 뻗어나갔다. 세계 최고의 탁송업체인 '페더럴 익스프레스'도 이곳에 있다. 미네아폴리스, 디트로이트, 달라스, 시카고 등도 미국 유통업을주도하는 중부지역의 대표적 도시다.

내륙 도시는 기반 시설을 갖추기만 하면 동서남북으로 막힘없이 뻗어나갈 수 있고 어느 지역보다이동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보관, 보험, 하역, 포장, 수송으로 이뤄지는 물류(物流)와 백화점, 할인점 등의 각종 소비 상품으로 대표되는 상류(商流)기능까지 골고루 발달할 수 있는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구가 21세기 한국 유통산업의 '메카'로 떠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구시, 상공회의소 등이 내놓는 대구 유통의 '청사진'은 다음과 같다.경부, 중앙선의 철도망, 중부와 남부, 영남과 호남을 잇는 5개 고속도로, 항만에 대한 뛰어난 연결성 등이 다른 지역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대구만의 차별성이다. 여기에다 포항, 구미, 울산, 창원등 동남권 공업도시의 배후 중심지로 각 지역의 생산지원활동이 가능한 집적도시라는 점도 빠지지 않는다. 이를 뒷받침하듯 대구 북구 검단동의 종합물류단지가 완공단계에 있고 청구 부도로지체되곤 있지만 대구복합화물터미널도 건설 추진 중이다. 이같은 시설이 갖춰지기만 하면 2000년 이후 어느 도시보다 뛰어난 수송능력을 갖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하지만 상당수 유통전문가들은 소비가 전제되지 않은 기반시설만으로는 시장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물류만 있고 상류가 없는 도시는 기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대구와 같은 내륙도시는 상품 소비시장이 충분하게 성숙할 때 물류가 성공한다는 선진국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삼성홈플러스 도성환점장은 "유럽 최대의 물류기지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이 해안이라는 지리적 특성때문에 물류 중심지에서 상류로 이어진 유통도시라면 미국 내륙의 유통기지들은 그 반대의 경우"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역사적 경험을 되짚어본다면 내륙도시 대구에 필요한 것은 유통 기반시설 확충과 함께 다양한 상품 소비를 가능케 하는 시장기능의 강화다. 유통메카로 성장하기 위해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욱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소비성향이 높아져야 한다는것이 아니라 안정적 소비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상품 유통의 대표격인 백화점, 할인점 업체를 보면 대구시장의 불안정성을 잘 알 수 있다. 90년대초반 부산에 롯데, 현대 등 굴지의 백화점이 진출한 이후 광주에도 롯데, 신세계 등이 들어섰으나대구엔 대구, 동아 등 지역 백화점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돈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 진출한다'는 서울의 백화점 업계가 아직 대구를 공략하지 못한 이유는무엇일까. 여기엔 지역백화점 업계의 뛰어난 '노하우', 건실한 운영 등과 함께 지역의 폐쇄성도한 몫을 했다는 의견이 있다. 쉽게 말해 대기업의 백화점들은 대구에서는 장사가 되지 않아 한두번 문을 두드려보다 포기하고 만다는 것.

대구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대구의 지역성 때문에 지역백화점이 크게 성장하기도 했지만 다른한편으로 전문화의 길을 포기하고 외형 키우기에만 치중, 할인점이 들어선 뒤 고전하고 있다"고지적했다.

유통이라는 서비스업종에서 성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개방성 여부다. 유통을 21세기 대구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갖가지 업태가 대구시장에 뛰어들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시가 지역업체, 타지업체 가릴 것없이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산시설이 완전 자동화된 최첨단 석유화학공장이 1개들어설 경우 고용창출 효과는 2백~3백명에 그치지만 2천평 규모의 유통업체가 생길 때는 1천개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열린 상품시장이 있어야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는 유통단지, 물류단지에 다른 지역업체들이 '창고'를 지을 것이라는 것은 유통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우리 것을 지킨 뒤 남의 것을 받겠다는 생각을 떨치고 우리 것을 주면서 남의 것도 받겠다는 전향적 자세가 대구를 유통메카로 성장시키는 열쇠다. 이를 위한 발상전환은 대구시, 업체, 시민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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