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개발연구원과 염색기술연구소의 통합은 밀라노 프로젝트 추진이전부터 지역 섬유인들 사이에꾸준히 거론돼온 문제다. 섬유산업의 특성상 직물과 염색이 서로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96년 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 선출과 지난해 대구상의 회장선거 이후 갈라선 직물업계와 염색업계는 사사건건 대립했다. 이 때문에 이번 밀라노 프로젝트 추진과정에서도 두 기관은협조와 상호보완 대신 대립과 과열경쟁 양상을 보였다. 이와 관련, 산업자원부 이감열 섬유생활과장은 "여기 저기서 다른 소리가 들린다"면서 "업종간 섬유단체가 단결하고 양보와 희생정신을 보여야 밀라노 프로젝트를 통해 제2의 도약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두 기관의 과열경쟁 자제를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대정부(산자부)로비에서 염색기술연구소에 뒤진 섬유개발연구원은 밀라노 프로젝트 사업 획득에서 염색기술연구소에 밀렸다. 직물부문보다 염색부문의 지원사업이 더 많았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권성기 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과 유재선 연구원장사이의 불협화음도 흘러나왔다. 직물쪽의 염색에 대한 '피해의식'은 염색기술연구소가 추진하고 있는 니트시제품 공장의 섬유개발연구원내 신제품개발 지원센터 흡수논란으로 이어졌다. 대구·경북견직물 조합 하영태이사장이"편직물인 니트공장이 염색기술연구소의 사업이냐"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해프닝으로 종결됐다. 사업명칭만 니트시제품 공장이지 실상은 니트 염색시설이라고 염색기술연구소가 해명한 것이다.
섬유개발연구원과 염색기술연구소, 다시 말해 직물과 염색업계의 이러한 대립과 경쟁은 해소돼야한다는 것이 지역 섬유업계의 중론이다. 더욱이 중소기업 상설전시장의 밀라노 프로젝트 포함으로 인해 전체 밀라노 사업은 아직도 유동적이다. 사업내용이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따라서 두 기관의 대립과 경쟁이 또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이러한 대립과 경쟁은 밀라노 사업의효율적인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 섬유개발연구원이 신제품 개발지원센터에 염색부문인 염가공 시설을 설치키로 한 것도 이러한 대립과 경쟁의 산물이다. 이에 대해 염색기술연구소측은 "시험 염색기라도 가동하려면 발전설비가 있어야 하고 환경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섬유개발연구원측의방침에 의문을 표시했다.
대립과 반목은 비효율을 낳고 비효율은 실패를 부른다. 지역 섬유업계, 특히 직물업계에서 섬유단체장에 대한 물갈이론이 대두한 것은 밀라노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비효율의 뇌관을 제거해야한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현직 단체장들로선 섬유업계의 대동단결과 밀라노 사업의 민자유치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체장에 대한 물갈이론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2일 지역 중견섬유인 및 학계인사와 문희갑 대구시장과의 간담회. 몇몇 섬유업체 대표들이 단체장 교체문제를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현직 섬유단체장들은 "언제든지 물러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박용관 대구·경북 섬유산업협회장은 "지금이라도 그만 둘 수 있다"면서 "자기 사업처럼 열심히 일할 사람이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권성기 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은 "산자부든 대구시든 주관 관청이확정되고 지역 전체 섬유업계가 참여한 '밀라노 프로젝트 추진본부'가 구성돼야 한다"면서 "세대교체가 능사가 아니라 대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물갈이론에 반대했다. 안도상 대한직물연합회장은 "60~70대는 모두 물러나고 40~50대 젊은 층에서 단체장이 나와야 한다"며 "대안은 마련하면된다"고 말했다.
〈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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