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적은 돈이지만 실직자엔 재기의 힘

"어려운 시절에 월급 봉투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웃에게 사랑을 나눠야 하지않겠습니까". 호텔에 근무하는 김모씨(40)의 월급 통장에서는 지난달부터 매달 1만원씩 빠져나간다. 경제 한파로 월급이 깎여 빠듯한 생활이지만 사람 사는 노릇만은 하겠다며 큰 마음 먹고 '기쁜날 이웃사랑' 창구에 참여했다.

실직의 고통을 직장인이 함께 나누자는 목적으로 기쁜날 운동본부가 시작한 '사랑의 월급 봉투나누기 운동'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참가자를 접수한 이후 한달만에 1백여명이 넘는 직장인들이 자신의 월급중 일부를 어려운 이웃에게 보내기 위해 자동 이체 신청을 한 것. 대구은행 계산동 직원 13명 전원의 참가를 시작으로 경북대 명예 학생 20여명과 가정복지회, 일반 직장인들의 개별적인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또 '아이들 과자 한봉지 적게 사주더라도 이웃과 정을 나누고 싶다'며 2천원씩을 부쳐오기로 한가정주부에서부터 '술한잔 적게 먹으면 그만'이라며 며느리가 쥐어준 용돈에서 5천원을 떼내는70대 할아버지까지 작은 정성들도 쏟아지고 있다.

한편 사랑실은 버스 운전자회(애버회)에서는 실직 가정 자녀에게 보내달라며 지난 7월부터 승차권을 보내오고 있으며 변호사 70여명과 소아과 개업의들도 매달 일정액을 이웃사랑에 보태고 있다. 1천원에서부터 20만원까지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성금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실직 가정들의 자활 기금으로 전달된다.

실직 대란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따듯한 온정들이 '절망하는 이웃들'의 큰 등불이 되고 있다.〈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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