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권중시 英 윤리외교 구체화

영국 노동당 정부가 선언한 '윤리적' 외교 정책이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전격체포로 새삼 부각되고있다.

피노체트는 73년부터 칠레를 17년간이나 철권통치하고 올봄까지 군총사령관을 지낸후 종신 상원의원으로 취임해 영향력을 유지하며 외교여권을 갖고 여행했다.

이런 그를 영국 경찰이 칠레와의 외교적 마찰을 예상하면서 전격 체포한 것은 그간의 국제정치실상에 비추어 다소 이변으로까지 비쳐지고있다.

그는 집권 기간중 일어난 수천명이나 되는 좌파 게릴라 납치, 살해, 고문등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지탄 받아 왔으면서도 그간 영국을 여러차례 여행했다.

국제사면위원회등 인권 단체들은 그가 영국을 여행할 때마다 체포를 요구 했으나 영국 경찰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노체트는 지난 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이른바 포클랜드(말비나스) 전쟁에서도 영국 편을 들었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스페인 사법당국은 이번에 그에 대해 유럽테러협약에 근거를 둔 도망범 인도영장을 영국 측에 제출해 놓고도 영국이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자신하지 못하고 다만 처분만 기다린다는 입장을 보였다.

스페인 사법당국은 피노체트 집권 후 칠레에서 일어난 수십명의 스페인인 피살사건에 대한 수사를 지난 96년부터 본격화해왔으나 사건 해결의 열쇠인 피노체트에 대한 조사에 유럽 각국이 협조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영국 경찰이 피노체트를 전격 체포하게 된 배경은 토니 블레어 총리 정부가 표방하고있는 인권중시 '윤리' 외교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권 신장을 집권 공약의 하나로 내걸었던 블레어 정부는 로빈 쿡 외무장관이 최근 윤리적 외교정책을 선언하는등 인권 외교 노선을 더욱 강화하고있다.

EU의 사법 공조 체제가 강화되고있는 것도 이번 사태의 한 배경으로 볼 수 있다.이같은 국제적 움직임이 피노체트에 대해 어느정도의 사법적 제재로 까지 발전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