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쁜날 이웃사랑…이런사람 돕습니다-'방광오번증'앓는 여덟살 원석이

"이건 공룡, 이건 하이에나, 또… 이계숙 간호사 누나예요"

'화가가 꿈'이라는 여덟살 원석이(가명·대구시 중구 대봉동). 2년전 경북대 병원에 입원했을 때그렸다는 스케치북을 한장 한장 넘기며 조잘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개구장이다. 그러나 한글도깨쳤고 구구단도 4단까지 외우는 원석이는 동갑내기들이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지금까지 학교문턱을 넘어본 일이 없다.

'방광오번증'. 의사들도 "예전에 책에서 한번 본 것 같다"며 고개를 가로젓는 이 병을 원석이는태어날 때부터 앓고 있다. 방광이 항상 열려있어 소변을 모아두지 못하는 병. 게다가 원석이는 생식기가 없는 상태로 태어나 갈라진 피부 사이로 항상 소변이 흘러나온다. 태어날 때부터 차고 다녀 이제는 몸의 일부가 됐다는 기저귀. 어느새 원석이는 혼자서 자기 기저귀를 갈 만큼 자랐다.

"출산 후 20일이 넘도록 아기 얼굴을 보지 못했어요. 배꼽이 생겨야할 자리에 장기가 삐져나오고생식기도 정상이 아닌 아기를 보고 놀랄까봐 의사선생님도, 남편도 차마 말을 못해주더군요"

어머니 김혜옥씨(37)는 그림도 잘 그리고 유난히 똑똑한 아들을 보면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시장 어귀에 천막을 치고 옷수선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남편과 함께 그동안 서울로, 순천으로 병원을 헤매다녔지만 뾰족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나마 경북대 병원의 도움으로 탈장 수술 등 3차례의 수술을 마칠 수 있었지만 학교에 가야할 나이에 기저귀를 차고 있는 원석군의 상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외국에서는 원석이와 같은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엄마의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원석이는 그 순간에도 부지런히 스케치북 위로 연필을 놀리고 있었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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