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통령 공약사업 '밀어붙이기' 설익은 학교급식 강행 "졸속"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당국의 획일적인 학교급식 강행이 벌써부터 많은 잡음을 내고 있다.재정이 넉넉치 않은 가운데 시행되는 바람에 급식시설 부족과 함께 학부모들의 부담이 우려되는가 하면 졸속에 따른 부실도 예견되고 있다.

교육부는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올해 말까지 70%의 학교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모든 고교가 급식을 하도록 지시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말 급식시설 지원비로 대구에 40억원, 경북에 62억원을 배정했고 부족분은 시.도예산으로 충당토록 했다. 시.도교육청은 지금 시점에서 '고교급식 전면 확대는 무리'라는 입장을보였으나 교육부의 완강한 입장에 밀려 급식을 추진키로 하고 자체 예산 확보에 고심하고 있는상태.

시교육청은 연말까지 45개 고교에 급식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자체 예산 2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나 예산 확보는 아직 불투명하다. 학교별 시설 여부에 따라 5천만원에서 2억원을 지원키로 했으나 이는 조리실과 설비를 갖추는데도 부족한 금액. 민자를 유치하면 된다지만 쉽지않다. 교육부가제시한 한끼 급식비는 1천5백~1천7백원선. 2천3백~2천5백원을 적정선으로 분석한 급식업체들은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대한 부담이 학부모들에게 넘겨질지도 모른다. 대구 ㅅ고 관계자는 "급식후원회를 만들어 학부모들의 협조를 부탁할수 밖에 없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라 학부모들의 호응도 쉽지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고교급식은 현실을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행정'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학교에 따라 급식 희망 학생이 전체 20%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상당수 학교들이 교내 식당이 없는 것은 물론 여유 교실이나 공간이 없어 조리실을 짓기 어렵고 건물 구조상 교실급식도어려운 곳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획일적인 급식정책은 부실을 낳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게 학교측의 주장.

농어촌 지역 학교의 경우 더 심각하다. 영주의 한 고교 교장은 "학생수가 적어 민자유치가 여의치않아 예산 전액을 지원해 주지 않으면 급식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소규모 고교들을 위해 초교의 조리시설을 공동 활용키로 했다. 급식 추진을 위한 고육책이다. 올해까지 급식시설을 갖춰야 할 82개교 중 32개교는 인근 초교에서 만든 음식을 트럭.통학버스 등으로 운반해 학생들에게 공급하겠다는 구상. 제한된 예산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언제까지 이같은 급식을 이뤄질 수 있을 지 의문이 앞선다.봉화의 한 고교는 재학생의 60%가 영세농이나 생활보호대상자 자녀. 경북의 작은 시군지역 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 학교 학부모들에게는 매월 5만원 안팎의 급식비도 여간 부담이 아니다.영주의 한 고교 교장은 "설문조사 결과 과반수 학부모들이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급식을 반대했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임에도 교육부는 학부모들에게 도시락 싸는 부담을 덜고 균형적인 영양공급,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 등을 이유로 농촌이든 도시든 모두 학교급식을 실시하라고 주문하고 있다.학교급식을 하고 있는 초등학교의 경우 교장이 '급식교장'으로 불릴 정도로 전 교직원들의 신경이 급식에 쏠려 있다.

지난해 부터 전면 급식을 시작한 대구지역 초교 가운데 식당이 있는 학교는 전체의 절반 정도.나머지 학교들은 교실에서 급식하고 있다. 교실급식을 하는 경우 한끼를 해결하기 위해 밥.국.반찬 등을 교실로 옮기느라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밥상머리 교육은 기대할 수 없고 안전사고가 나지 않으면 다행이다.

대구 ㄷ초교는 4층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다른 건물 지하에서 만든 음식물을 날라 오느라 점심시간 마다 생고생을 하고 있다. 2학년 학생들은 아예 5~6학년 학생들이 이를 대신해 주지만 안쓰러워 보이기는 마찬가지. 이 학교 교장은 "어린 학생들이 음식통을 들고 계단을 오르 내릴때 행여다칠까봐 마음졸인다"며 "시설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급식을 한다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학교급식은 학교와 학부모들의 의견을 모아 학교 자율에 맡겨 시행토록 재검토돼야 된다는 것이대다수 학교측의 주장. 현실을 무시한 정책은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고교 교장은 "재정난으로 학교운영비와 교원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할판에 급식을 강행하려는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宋回善.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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