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외채상환 전략 세워야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는 무엇인가. 일부에서는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경기부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논쟁은 무의미하다. 어느 한쪽을 선택한다고 해서 쉽사리 해결된다는보장이 없다. 둘다 모두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다.

우선 두가지 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는 재정적자를 20조원까지 늘이고있으나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계속 빚을 져서는 정책운신의 폭이 좁아서경기대응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은행의 부실채권이다. 은행의 부실채권은 이제 아무도 그 규모를 정확하게 말할 수없는 상태다. 정부에서는 1백20조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나 민간연구소에서는 1백60조원이라고발표한다. 심지어 미래에 발생할 부실채권까지 포함할 경우 3백조원이 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우리나라 은행의 총대출금이 5백조원 정도라고 하니 빌려준 돈의 60%가 부실화된다는 이야기이다.

한편 기업의 부채비율 축소에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30대 대기업의 부채비율 500%를 내년말까지 200%로 낮추자면 기업들은 1백50조원을 갚아야 한다. 아니면 60조원 정도를 증자해야 한다. 국내에 상장된 주식을 다 팔아야 60조원밖에 되지 않으니 이 많은 돈을 어디서 조달해야 한단 말인가.

이같은 문제를 모두 극복하고 구조조정을 성공하면 우리경제는 살아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국제금융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면 우리는 꼼짝할 수 없게 된다. 아시아국가의 경제가 살아나지않으면 수출전망이 어둡고 러시아나 중남미가 불안하면 외자조달이 어려워진다.우리가 이제 외환위기를 극복했다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우리가 극복한 것은 외환보유고 위기일뿐이다. 작년말 국고에 40억달러정도밖에 없어 부도위기에 몰린 상태와 비교할때 이제 그런위기는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와같이 생각할때 구조조정, 경기부양, 외환보유고 확충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부터 외채의 원리금 상환임박이 가중될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당장 내년부터 IMF로부터 빌린 돈도 갚아야 하고 일단 연기했던 외채의 원리금도 상환날짜가 돌아오고 있다. 그래서 무언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느냐하고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외부채는 1천5백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정부는 무역흑자를 내서 이 돈을 다 갚으려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과거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나라들은 외채를 다 갚은 적이 거의 없다. 나라가 결딴이 날 정도로 위기에 빠졌다가 빚도 갚고 고도성장궤도에 다시 진입한 것은 거의사례가 없는 일이다.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은 결국 채권자들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빚을 탕감받아 경제를 살릴수 있었다. 우리국민들의 자존심이나 능력에 비추어 볼때 우리도 빚을 탕감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무조건 벌어서 갚자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외채중 일부는 우리은행이나 기업에 대한 출자로 전환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몇년 거치후 분할상환하는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서 외채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그렇지않고 무역흑자를 지속적으로 내서 갚자고 하면 여러가지 무리수를 써야 한다. 환율, 금리등을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몰고가야 하는데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흑자를 내서 빚을 갚는다 하더라도 국내경제구조가 왜곡되는 후유증도 예상된다. 당장 수출이 잘되는 업종에 치중해야하니 장기적 산업정책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구조조정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오로지 구조조정만 외치면서 기업과 은행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국내외 상황을 모두 고려하고 외국의 사례도 적절히 참조해서 외채압박을 벗어난 전략을 수립해서 국제기구와 협상을 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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