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11회 매일여성한글백일장 -운문 주부 부문-창

서해로 날아가는 저녁놀을 사랑해

노을 만큼, 노을보다

더 많이 날아가고 싶었소.

호수 위로 드리운 하늘 그림자를 사랑해

하늘만큼, 하늘보다

더 높이 달아나고 싶었소.

딱 그만큼

딱 그 모습으로

나에게 가르쳐진 세상.

버드나무 끝을 휘감아 따라가면

거기 있으리이다.

나는 겨우내

안개 서린 꿈의 창을 닦으며

열 일곱 꿈을 배웠소.

나는 겨우내

이슬 맺힌 꿈의 창을 바라보며

아기 발바닥만한 꿈을 키웠소.

진달랫잎 입에 물고

진달랫빛 세상

.풀 초롱꽃 귀에 달고

초록빛 세상.

내 열일곱은

이미,

여름을 머금었소.

익은 열매 내음새를 쫓아

두 팔 벌려 손 내민 나의 오늘에

이른 초가을 비가 내리고 있었음을

나는 배우지 못했소.

여린 가을새 소리를 따라

두 팔 벌려 달려나간 나의 오늘에

마지막 잎새마저 날아가 버렸음을

나는 알지 못했소.

딱 그만큼

딱 그 모습으로만

내가 배워왔던 세상.

일어서서 바라보는 나의 창 밖은

더 이상 동화가 아니오.

고개 젖혀 바라보는 나의 하늘은

더 이상 꿈이 아니오.

감아왔던

열일곱의 눈을 뜬 저녁

닫혀진 창을 열고

시린 비를 맞자.

굳어버린 창을 깨고

내일을 배우자.

너를 꺼고 나를 깨고

피빛 내일을 걷자.

고추잠자리 날개만큼

녹슬은 어제를 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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