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로 날아가는 저녁놀을 사랑해
노을 만큼, 노을보다
더 많이 날아가고 싶었소.
호수 위로 드리운 하늘 그림자를 사랑해
하늘만큼, 하늘보다
더 높이 달아나고 싶었소.
딱 그만큼
딱 그 모습으로
나에게 가르쳐진 세상.
버드나무 끝을 휘감아 따라가면
거기 있으리이다.
나는 겨우내
안개 서린 꿈의 창을 닦으며
열 일곱 꿈을 배웠소.
나는 겨우내
이슬 맺힌 꿈의 창을 바라보며
아기 발바닥만한 꿈을 키웠소.
진달랫잎 입에 물고
진달랫빛 세상
.풀 초롱꽃 귀에 달고
초록빛 세상.
내 열일곱은
이미,
여름을 머금었소.
익은 열매 내음새를 쫓아
두 팔 벌려 손 내민 나의 오늘에
이른 초가을 비가 내리고 있었음을
나는 배우지 못했소.
여린 가을새 소리를 따라
두 팔 벌려 달려나간 나의 오늘에
마지막 잎새마저 날아가 버렸음을
나는 알지 못했소.
딱 그만큼
딱 그 모습으로만
내가 배워왔던 세상.
일어서서 바라보는 나의 창 밖은
더 이상 동화가 아니오.
고개 젖혀 바라보는 나의 하늘은
더 이상 꿈이 아니오.
감아왔던
열일곱의 눈을 뜬 저녁
닫혀진 창을 열고
시린 비를 맞자.
굳어버린 창을 깨고
내일을 배우자.
너를 꺼고 나를 깨고
피빛 내일을 걷자.
고추잠자리 날개만큼
녹슬은 어제를 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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