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부터 신세대들사이에 퍼지기 시작한 세칭 '사오정 시리즈'가 여전 히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사오정 시리즈'는 귀가 약간 어둡고 상대방 말뜻 을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 가끔 동문서답식의 황당한 대답을 하는 사오정의 모자라 보이는 듯한 이미지 설정을 통해 세상을 풍자하는 일종의 해학이 담 긴 '개그'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풍자다.
국정감사와 관련한 최신 사오정 시리즈를 보자. 사오정이 행자부장관이 돼 국정감사 답변에 나왔다. 서슬푸른 국회의원들이 '일부 공무원중에 BJR(배째 라)족(族)이 늘고 있고 복지부동을 넘어 바닥에 딱 달라붙어 '낙지부동'하는 분위기까지 생기고 있다'고 따지자 사오정장관이 멍청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 한다. '배째는 의료문제나 복어 낙지같은 날생선 식품위생문제는 복지부소 관이어서 본인이 답변할 수가 없습니다'
사오정식 답변에서 신세대들은 세상사의 모순이나 부조리한 허구를 냉소하 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복지부동과 낙지부동의 무사안일 문제를 복어와 낙 지로 알아들은 척 피해가고 BJR족의 비개혁의식은 '배째라'를 의료용어로 듣 는다는 상황설정을 통해 부실 답변의 관행과 타성, 위선과 거짓을 냉소하고 비꼰다. 장관을 사오정처럼 멍청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고 여야 입장에 따라 질의수위가 달라지는 국회의원의 국감발언을 조롱하고 바보 취급해온 관행을 풍자한 것일 수도 있다.
최근 몇년간 간헐적으로 떠올랐다 사라져 간 신세대들의 개그 시리즈를 돌 아보면 영구시리즈, 최불암시리즈, 만득이시리즈 그리고 최근 사오정시리즈 등 모두 한결같이 주인공을 약간 어리숙하고 순진하며 좀 모자란 이미지를 가진 인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오정은 다른 기존시리즈에는 없었 던 청각장애라는 조건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왜 하필 남의 말을 잘 듣지 못하는 상황을 설정하고 있을까. 지나친 유추일지 모르나 신세대들 은 어른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세상일을 바라보면서 고문, 고액과외, 스와핑, 노숙, 손가락 등 더 이상 듣기싫은 이야기들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심리, 그리고 뻔히 알아들었으면서도 못들은 척 또는 잘못들은 척 딴청부리며 구부 러진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투성이인 말과 사건들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순수 한 반항이 해학으로 분출된 것이 아닌가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못 알아듣는 정치인들을 사오정으로 비유하고 또한 반대로 정치인의 교언을 듣는 척 하지만 사실은 딴 생각하며 달리 듣고 있는 정치불신의 병적 상황이 바로 사오정시리즈를 몇달째 계속 번져가게 하 고 있는 요소는 아닌지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어른들은 신세대들의 사오정 이야기를 우스갯거리나 치기어린 말장난쯤으로 가볍게 웃어 넘기기에 는 스스로 자인해야 할 모순과 과오들을 너무 많이 만들있다.
'총풍', '세풍'등 하늘을 찌를 것 같던 개혁과 정치사정의 서슬도 시간이 흐르자 염천에 얼음과자 녹듯 스물스물 오그라들어버리고 파장에는 그야말로 쥐 한마리 잡아내는 식의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로 끝나고 있다.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장관을 구속하고는 '우울증이 있다'고 금방 풀어주 는 우스개같은 사정으로는 다수의 청렴한 공직자나 국민들을 거꾸로 우울하 게 만들고 사오정처럼 통치권의 질타를 못들은 척 딴전부리며 외면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에서 불거져 나오는 난맥같은 국정상황을 보면 귀를 막고싶고, 못 들은 척 하고 싶은 한심한 이야기들이 한두가지가 아닌 것도 그렇다. 정치 인, 국정책임자 그리고 국민들이 서로의 목소리를 못 알아듣거나 듣고도 못 들은 척하는 '사오정집단'들이 돼버리면 그 어떤 총화(總和)도 이뤄낼 수 없 다. 그런 의미에서 신세대가 보내는 사오정 시리즈의 메시지는 우리 모두에 게 '사오정집단'이 되지 말라는 경고성 삐삐인지 모른다.
〈비상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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