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돌더미 황무지에서 무슨 가지가 자란단 말인가?' 이른바 그의 문학의 '진보성'을 둘러싸고 '김영현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중견 작가 김영현씨는이제 세상을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는 '황무지'로 본다.
최근 출간된 네번째 소설집 '내 마음의 망명정부'(강 펴냄)의 '작가의 말'에서 그는 "이 시대를특징짓는 단 하나의 단어를 들라면 그것은 불안"이라며 "과거에는 불안 속에서도 불온한 희망이있었고 어둠과 같은 따뜻함이 있었으나 지금은 차갑기만 하다"고 말하고 있다.표제작인 '내 마음의 망명정부'와 '새장 속의 새' '고통' '초우와 함께'등은 작가의 이런 과정을보여준다.
'내 마음의 망명정부'는 작가를 연상케 하는 주인공 태영이 대학시절 봉천동 산동네에서 함께 자취하던 선배가 월부 책장수가 되어 나타나자 아내와 다툼을 벌인다.
그는 사무치는 과거와 냉엄한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내 마음 속에 망명정부 하나 있어/비오는 날이나 바람부는 날/나는 망명한다, 내 속으로…"
그러나 작가의 시선이 험한 세상을 살아온 민중들을 향할 때는 따뜻한 연민의 시선으로 바뀐다.'벚꽃 아래로' '개다리 영감의 죽음' '김문갑전'등 사회 경제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민중자서전'적 성격을 띤 작품들에서 그는 아무 내세울 것도 없는 이들 무지렁이의 삶에 꽃 한송이씩을 달아주고자 한다.
얼핏 상반돼 보이는 이 두가지 시선의 공존은 무슨 의미를 띠고 있을까. 그것은 '황무지'에서 꾸는' '망명정부'의 꿈이 무슨 현실 도피의 수순이 아니라 아주 고통스런 자기 반성의 역설적 표현임을 알게 된다. 80년대의 열정을 잃어버린, 꿈을 잃어버린 땅의 현실에 대한 뼈저린 비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땅의 민중을 따뜻하게 보듬는 새로운 결의를 하고 있는 셈이다.김씨는 89년 7, 80년대 진보적 지식인의 꿈과 좌절을 다룬 첫 소설집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로문단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으며 이후 '해남 가는 길'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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