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은 35번째 맞는 저축의 날이다. 그동안 저축은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을 가능케 하는 견인차역할을 해왔다. 기업의 투자 수요가 왕성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저축은 곧바로 투자로 연결될 수있었고 국내 저축의 증가는 그만큼 외자 조달의 필요성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도 저축이 장려됐다.
지금 우리 경제는 외환 위기의 급한 불은 껐지만 그 여파로 극심한 내수 부진과 경기침체를 겪고있으며 자칫 산업기반의 붕괴마저 우려되고있다.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기업들이 신규 설비투자에나서기 어려운 가운데 소비 수요마저 극도로 위축되고있는 것이 경기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종전과 같이 저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장려해야 할 것인지 딜레마가 아닐수 없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98년 3.4분기 소비동향 분석을 보면 소비지출의 감소 폭이 실질소득 감소폭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고있다. 안타까운 것은 소비를 절약해 저축을 하더라도 이것이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지나친 소비절약은 내수부진을 초래해 기업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키고 실업을 늘리며, 그 결과 가계소득이 다시 감소하는 악순환을 심화시킬수 있다.정부에서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 금융과 세금 감면 등 직접적인 소비 진작정책을 시행하면서 구조조정의 조기 완결에 힘을 쏟는 한편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비전도 제시하고있다. 이제는 소득 수준에 따라 현명하게 소비하고 알맞게 저축하는 것이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의 회생에 도움이 된다.
돌이켜볼때 외환 위기가 닥쳐오자 너나없이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몰아붙이며 반성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분수에 벗어난 과소비'였다. "지금이 어느때인데"라는 눈총에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의 정상적인 소비 지출조차도 망설이고 움츠러 들었다. 프랑스 철학자인 몽테스키외는"부자들이 충분히 소비하지 않고 구두쇠처럼 산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굶어 죽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 경제의 회생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소비가 가능한 계층의 건전하고 합리적인 소비 지출을 유도하고 장려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회복된 다음에는 지금과 같이 지나친 소비 절약에 따른 경기침체를 부르는저축이 아닌, 장기적 성장기반 구축을 위한 저축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돼야 할 것이다.(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