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먹이고 보리이삭 줍던 시골 아이가 오빠 등록금 벌러 열일곱 마른버짐 핀 얼굴로 백리 밖 구미공단에 내려 섰습니다. 첫 월급 6천7백원. 편지 속에 넣어 집으로 보내고 처음으로 환하게 웃은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구미의 산업체 부설학교 '오운여상'의 20년 역사 마감을 앞두고 1회 졸업생이자 교사인 배계화씨가 동창들 앞에서 울먹이며 읽어 내려간 눈물의 서정시다.
지난 79년도 개교, 오는 2000년 문을 닫기로 한 코오롱 부설학교 오운여상. 세태 변화로 이미 1학년은 없고 대부분의 교사들도 떠나 학교엔 6명의 선생님과 68명의 재학생들만 남아 마지막을 지키고 있다.
배교사의 가슴 아린 시가 낭독된 것은 지난달 30일 열린 이 학교 예술제 행사 때.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이 교정에서의 학창 생활을 기억하고자 지난 여름부터 밤샘해 준비한 솜씨자랑과 노래로 그 마지막 예술제를 열었다.
참석한 졸업생은 무려 2천여명. 아이를 업고 걸리며 학교를 찾았다. 그리고 촛불잔치 순서에서는잊어버리지 않으려는듯 마지막으로 교가를 부르며 눈물바다를 이뤘다.
"쏟아지는 졸음에 다리가 휘청거려도 기름때 묻은 손으로 서로 얼굴을 닦아주던 그 아이들, 2000년이면 길지않은 생명의 자락 접게 되지만,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흐르는 오운의 강물은 영원히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배계화교사의 심금을 울리는 마지막 낭독에 선후배와 교사들은 하염없이눈물을 흘렸다.
〈구미.李弘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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