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C 세계시장 선점(2)-네슬레

스위스 베베의 네슬레 본사에서 로잔쪽으로 20분 정도 산길을 달리다 보면 베르 쉐 레 블랑(Vers-Chez-les-Blanc)이란 시골마을이 나타난다. 언뜻 봐서는 평온하기만한 시골마을로 인적조차 드물지만 이곳이 바로 미래 소비자들의 입맛을 책임질 새로운 개념의 식품들을 만들어 내고있는 네슬레의 인터내셔널 연구개발(R&D)센터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살찔 염려없는 아이스크림, 냉장고에서 꺼내도 잘 녹지않는 아이스크림, 갓 따낸 커피콩의 향기를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인스턴트 커피. 생각나는 대로 희망사항을 늘어 놓은 것 같지만 실제로이런 식품을 즐길 날이 멀지 않았다.

베르 쉐 레 블랑의 기술부문총책임자인 데이비드 파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고를때마다 느끼는 일종의 불안감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평범한 아이디어가 살찌지 않는 아이스크림개발의 출발점이었다고 소개했다.

아이스크림은 우유에 지방, 단백질 등이 얼음알갱이와 섞여 거품형태로 결합된 덩어리다. 여기서지방은 아이스크림의 맛을 내고 거품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얼음알갱이는 아이스크림의지속시간과 감촉을 결정한다.

보통 아이스크림은 얼음알갱이가 30㎛(미크론미터.1㎛은 1백만분의 1m)정도지만 얼음알갱이가 50㎛ 이상이면 혀끝에서 부드럽게 녹지 않고 모래알같이 까끌까끌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70㎛이넘으면 아예 물처럼 흘러내리게 된다. 그렇다고 얼음알갱이를 무조건 작게만 하면 차가운 맛을즐길 수가 없다.

파 박사는 "우리는 아이스크림의 구조를 파헤치면서 지방함유량과 얼음알갱이 크기를 적절히 조절하면 시원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살이 찌지 않는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네슬레는 이런 연구를 통해 탄생한 일종의 시제품을 지난해 프랑스 시장에 출시해 좋은 반응을얻었다. 앞으로 불과 몇년뒤면 우리나라의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이런 아이스크림을 쉽게 사먹을수 있게 될 것 같다.

네슬레가 요지부동의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스턴트 커피분야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의 품질은 갓볶은 커피를 손수 커피여과기를 통해 짜낸 맛과 향에 얼마나 가까우냐에달려 있다.

네슬레가 1938년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커피를 내놓은 이후 60년동안 인스턴트커피의 공정은 대략 3세대의 도약을 거쳐왔다. 커피콩을 볶아서 갈아 커피액을 추출한 후 단순히 공중에 뿜어 건조시키는 방법, 커피액을 덩어리지게 뿜어 건조시키는방법이 있었고 현재는 냉동건조 커피가 보편화 돼있다.

문제는 말그대로 '기호품'인 커피가 소비자들의 취향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인다는데 있다.파 박사는 "소비자들의 이런 기호변화에 따라 우리는 4세대 커피건조 기술의 하나로 '고압기술'을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파 박사에 따르면 이미 다른 식품분야에서 시험되고 있는 고압기술은커피의 진한 맛과 향을 가장 잘 보존할 수 있는 방법임이 입증되고 있다.

네슬레는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중에 빼놓을 수 없는 커피향기를 보존하는데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 제조공정에서 쉽게 공기중으로 사라져버리는 커피향을 최대한 붙잡아 병에 담아 두는 것이다. 현재는 커피 제조공정중에향회수 공정을 두어 일단 향을 회수한 다음커피병에 주입하는 방법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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