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장학자 이덕일씨 비판-"KBS '왕과비'역사 왜곡"

무수한 대신과 친동생들을 무참히 죽이고 어린 조카를 내몰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세조)을 지나치게 옹호한 KBS 주말 역사극 '왕과 비'(극본 정하연)가 역사를 왜곡했다며 젊은 역사학자가 '색깔론'을 제기했다.

최근 저서 출판과 각종 잡지 투고 등을 통해 역사평론 활동을 활발하게 펴고 있는 소장파 역사학자 이덕일씨(37)는 일련의 글들을 통해 이 드라마에 대한 '색깔론'을 제기하며 "역사물을 기술하거나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올바른 사관(史觀)과 정확한 사료해석 능력이 결여된 작품"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잘못된 역사해석은 후세 사람들의 가치관 형성에 해를 끼칠 수 있으며 특히 미디어 시대에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역사 드라마의 경우 잘못된 역사해석은 자칫 왜곡된 역사를 진실인양유포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드라마 만큼 사관(史觀)의 한계를 노출시킨 작품은 드물다"고호된 비판을 가했다.

사관을 '역사현장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값을 재는 시각'으로 정의한 그는 이 드라마가 헌정질서파괴자에 다름아닌 수양대군을 지나치게 미화함으로써 그의 반대파들은 모두 부정적으로 그리고있다고 지적했다.

어린 단종을 끝까지 보필했던 대호(大虎) 김종서와 안평대군, 혜빈 양씨 등은 권력의 화신이나 음모가 등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영의정 황보인은 부패하고 무능한 인물로 낙인찍고 있다.그러나 당시 시대상황을 돌아보면 이러한 인물설정이 얼마나 역사의 진실을 왜곡한 것인지 쉽게드러난다고 이씨는 지적하고 있다.

즉 왕조국가에서 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왕 한사람 뿐인데 수양대군이 정말 왕권을 강화하고 싶었다면 어린 임금을 내쫓고 자신이 즉위하는 정변을 통해서가 아니라 단종의 입지를 끊임없이 강화했어야 한다는 것.

수양대군은 곧잘 스스로를 중국 주(周)나라를 세우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으며 조카인 어린 성왕(聖王)을 끝까지 보호한 주공(周公)에 비유했음에도 이와는 정반대로 계유정난을 일으켜 김종서와 안평대군 등을 죽이고 '영의정부사·영집현전·경연·춘추·서운관사 겸 이조·병조판서·중외병마도통사'란 긴 관직을 스스로 차지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양은 어린 단종을 상왕(上王)으로 몰아냈으며 김종서나 사육신 등 반대파들의 재산을 빼앗은 것은 물론 이들의 아내와 딸들을 한명회와 신숙주, 권람 등 헌정 파괴질서동지들에게 '성노리개'로 분배했다.

이씨는 "수양대군의 이런 행위는 79년 12·12 쿠데타를 저지른 신군부 전두환 일파의 행태와 너무나 닮아있다"면서 "헌정파괴 주모자인 수양을 철저히 미화한 것은 역사해석에 대한 올바른 사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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