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東京)시내에서도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많은 곳중의 하나인 시나가와(品川) 전철역을빠져 나오면 산뜻한 외모의 14층짜리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소니가 자랑하는 '미디어 월드'다.
이 건물의 맨 위층에는 현재 시판중이거나 곧 시장에 선보일 첨단영상장비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주먹만한 크기의 캠코더들이 여기저기서 붉은 램프를 깜박이며 방문객의움직임에 따라 분주히 움직인다.
안내를 맡은 홍보담당 간노 데쓰오(菅野哲央)씨가 "재미난 걸 보여주겠다"며 캠코더 옆에 놓인PC의 단추를 눌렀다. 잠시후 프린터에서 기자의 얼굴이 담긴 스티커사진 한세트가 쏟아져 나왔다. 사뭇 놀라우면서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뿐만 아니다. 캠코더에 연결된 PC는 캠코더가 촬영한내용을 마우스 클릭 몇번으로 손쉽게 편집, 현란한 배경음악을 깔아 이내 한편의 소형영화를 만들어냈다.
80년대초 등장한 아날로그방식의 캠코더는 이제 일본시장에서 완전히 퇴조했다. 대신 6㎜ 디지털테이프를 사용하는 디지털캠코더가 시장을 장악했다. 소니의 디지털 '핸디캠'의 독무대인 셈이다.
소니가 캠코더 시장을 석권한 배경을 해외홍보담당 알도 리구오리씨는"베타방식과 VHS 방식의VCR 규격전쟁에서 소니의 베타방식이 월등한 기술력에도 불구, 패배한 후 곧바로 방송용 장비와캠코더에 눈을 돌린 덕택"이라고 설명했다. 캠코더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 촬상소자 기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것이 성공비결이라는 것이다.
8㎜ 테이프를 사용하는 아날로그 캠코더의 해상도는 2백40본이 일반적이지만 소니의 디지털 '핸디캠'의 해상도는 4백~5백본으로 방송용 ENG카메라 수준에 육박한다. 테이프의 크기도 8㎜에서6㎜로 축소되면서 하드웨어 자체도 극소형화돼 5백g대의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가격은 3백만~5백만원 수준이지만 수년내 1백만원대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소니의 전망이다.
21세기 소니의 디지털캠코더 기술이 꿈꾸는 지평은 무엇일까. 소니는 먼저 기록매체의 혁신을 추구한다. 현재의 자기테이프는 하드디스크나 광디스크, 플래시메모리 등에 비해 월등한 정보저장용량을 자랑하지만 랜덤액세스(Random Access)가 불가능하다는 점, 즉 보고 싶은 장면을 찾으려면테이프를 한참 되감아야 하는 불편함이 치명적 결함이다. 소니는 궁극적으로 하드디스크나 플래시메모리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IBM은 최근 10원짜리 동전 크기의 하드디스크를 내놓았다. 현재 1~4메가바이트급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플래시메모리의 기억용량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손톱만한 크기의 플래시메모리에 1백20분짜리 영화 한편을 담을 수 있는 디지털캠코더가 등장할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 리구오리씨의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디지털캠코더는 담배갑이나 납작한 명함크기로 줄어든다.
자기테이프로부터의 해방은 캠코더의 크기를 줄이는데 그치지 않는다. 랜덤액세스 방식으로 자유자재로 촬영내용을 검색, 편집속도를 훨씬 빠르게 하는 편집혁명을 가져온다. 1분30초짜리 방송뉴스 하나를 편집하기 위해 수십개의 녹화테이프를 편집기에 넣었다 뺐다하지 않고도 몇개의 메모리칩에 담긴 내용을 PC편집기능에 의존, 간단한 키보드 조작으로 단 몇분만에 뉴스를 만들어 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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