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대구은행 지산점 앞길에는 뇌성마비 장애인 장준호씨(28·대구시 수성구범어동)의 과일 좌판이 있다. 이 좌판 진열대에는 과일종류마다 골판지로 만든 '가격표'가 붙어있다.
장씨가 가격표를 붙인 이유는 돈을 세고 셈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 쉽게 말하면장씨는 손님이 주는대로 돈을 받고 손님이 달라는대로 과일을 내준다.
손님과 대화조차 통하지 않지만 '양심가격표' 그대로 '양심손님들'과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한달 매출은 평균 80여만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의 과일장사가 만만치 않지만 자신도 남들처럼 어엿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장씨에겐 즐거운 일이다.
특수학교를 졸업한 뒤 사회의 냉대로 실의에 빠지기도 했던 장씨. 그러나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사는 법을 깨달은 장씨는 이제 자신보다 처지가 못한 사람까지 생각해주는 '어른'이 됐다.
몇달 전 할머니들이 버린 물건을 주워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는 장씨. 그래서 그날부터 이틀이 지나도 팔리지 않는 과일은 복지시설로 보내기로 결심했다.
좋은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만남이 볼까 부끄러워 '화성양로원' 대문 앞에 과일을 덜렁 두고 도망치듯 달아난 적도 여러 번. 이젠 대구시내 애활원, 에덴원, 희망의 집 등 '몰래 방문' 대상도 크게 늘었다.
탁구를 잘 쳐 이달말 일본에서 열리는 '장애인 탁구대회 평가전'에 참가한다는 장씨. 부쩍 차가워진 날씨지만 요즘은 탁구생각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대구은행 지산지점 직원들이 가장 고맙다는 장씨는 좌판을 벗어나 과일가게를 차리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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