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목요칼럼)-파도 거센 금강산 뱃길(홍종흠)

초여름에 합의한 금강산관광이 초겨울에 실현을 보게됐다. 현대 금강호가 첫출항하는 날 TV는감격과 축하 무드를 한껏 고조시켰지만 금강산의 기온은 영하 9도, 동해항에서 장전항까지 뱃길에는 강풍이 몰아치고 파도는 높아 50년만의 본격적 북한방문길은 순조롭지않다.

자칫 이승에서 마지막 방북이 될지 모를 노령의 실향민들에겐 금강산 관광일정을 소화해내기가어려워 날씨도 원망스럽고 북측과 현대의 합의가 늦어진 것도 원망스러울 것이다.

따뜻하고 상쾌한 날을 허송하고 겨울관광의 궁색함을 겪는 모습 자체가 바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같아 대규모 남북민간교류가 시작되는 기쁨에도 불구하고 어둡고 답답한 감정이 그림자처럼 남는다.

◆어둡고 답답한 감정

정부.여당은 금강산관광사업을 대북햇볕정책의 성과라고 평가하는 반면 야당과 공동여당인 자민련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은 성급하고 미숙한 대북정책으로 비판하고있는 것은 이 사업의 대내적명암(明暗)이라할 수 있겠다. 아무튼 금강산관광사업은 이같은 희비(喜悲)와 명암이 교차되고는있지만 이미 시작된 이상 기대대로 남북간에 민간교류의 새역사를 창조하고 경제협력과 화해의지평을 열어 통일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남북의 문제는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금강호가 거센 물결을 가르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듯이를 쉽게 풀어갈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 금강산관광사업에 합의하고도 잠수정을 침투시키고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사실은 우선 접어두자. 관광과 관련한 것만도 신변보장과 긴급구난의 미비와 함께 세칙에서 북한주민과의 대화를 경계하고 사진촬영을 제한하는 것등은 고향방문의 의미는 고사하고 관광객수준의 대우도 않겠다는 저의를 엿보게한다.

◆관광객이하의 대우

이런 사업을 위해 현대가 북한에 9억6백만 달러를 주기로한 것을 정부가 승인한 것 또한 야당의비판이 아니더라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게한다. 제대로 대접받지도 못한는 관광, 아니 돌아오는 날까지 불안으로 마음을 놓지못하는 관광을 위해 주민들의 굶주림마저 제대로 돌보지않고군비증강에 국력을 쏟는 이들에게 달러를 준다는 것은 아무래도 찜찜하다. 더구나 우리도 경제위기속에 가장 필요한 것이 달러이거늘.

그러나 정경분리원칙에 따른 경제협력교류이기 때문에 기업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 북측이 경제논리에 따라 우리와 교류.협력을 가진다면 경제외적인 문제가다소간 파생된다해도 감수하는 것이 순리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남북간,북.일(北.日)간 경제협력의 경험은 대체로 북측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거의 실패했다해도 과언이아니다. 물론 김영삼정부시절 경협정책의 일관성 결여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그렇게 만든 책임은 북측에 있었다.

그런데다 최근들어 북한영변지역 지하시설의 핵의혹으로 미국의회가 북한에대해 강경으로 돌아섰고 카트먼 특사가 이에대한 확인을 목적으로 방북중이고 일본은 다단계로켓발사로 북한에대한 제재조치에 들어가 있다. 그동안 북한의 경제난을 지원해왔던 중국도 양쯔강지역 홍수로 과거처럼도울 수 없는 시점에서 우리와 다시 경제협력이 시작됐다는 점이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다. 장쩌민 주석이 김대중 대통령의 중국방문 기간중 금강산사업에 환영을 표시한 것도 그같은 배경이 깔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상황의 경협

그럼에도 문제는 간단치 않다. 북한이 대남도발과 무력증강을 포기하지않고 우리정부를 대화상대에서 제외시키려들기 때문에 김대중정부도 일관성있는 경협을 추진하기엔 많은 모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금강산 개발과 같은 우리의 경협추진이 남북화해보다 북한의 군비증강을 돕는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사실로 인해 우리 내부의 국론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것은 최장집사상검증논란이상의 갈등을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도 금강산사업승인을 계기로 지나친 벼랑끝 경협이 되지않도록 먼저 우리내부의 국론을 모으는 경협을 추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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