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영상시대와 독서

내가 신세대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완연한 구세대라고 할 수도 없는, 말하자만 어정쩡하게 걸쳐 있다고나 할까. 랩 음악을 듣기 좋아하고 영화를 즐겨 보는 것을 보면 신세대인것같기도 하고 개그나 오락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것을 보면 구세대에 가깝다. 나를 구세대로 낙인찍는다면 그것은 아마 책을 읽지 않는 세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태도 때문일 것이다.늦가을이 다 가도록 어디에서도 에전처럼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을 듣기가 힘들다. 나날이 사는 것도 힘든데다 왠지 불안하고 혼란스러워서 마음을 가다듬고 앉아 차분하게 책을 읽을분위기가 아니니 더욱 그럴 것이다.

게다가 주변에는 여러 볼거리들과 재미있는 소일거리들이 널려 있어 우리를 유혹한다. 골치아프게 사상이나 철학, 문학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우리 삶에 제대로 자리잡아 본 적도 없는 독서문화는 다매체의 홍수 속에서 영영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

독서문화 시대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상 세대는 우리에게 그야말로 풍성한 다감각의세계를 열어주고 있다. 그런 혜택을 누린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그렇지만 자본주의의 계속적인새로운 기술 혁신이 흩뿌리는 황홀한 쾌락에 우리의 얼을 빼앗긴 채 따라가기에 급급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불행이다.

영상매체의 속도감과 달콤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간의 감각과 욕망이 그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하고 품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대를 깊게 천천히 응시하고 성찰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독서문화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대구효성 가톨릭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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