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어느 주유소 앞에서 인사하는 마네킹을 본적이 있다.
그 마네킹은 좀 헤진 한복을 입고 연신 인사를 꾸벅꾸벅하고 있었다. 아마 주유소 주인이 마네킹에 기계장치를 넣어서 그런 행동을 하도록 한 모양이다. 마네킹은 보통 옷가게나 백화점에만 있는데 주유소에 있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했다. 문득 그 마네킹이 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마네킹은 아무런 생명도 없고 아무런 느낌도 없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상품에 불과한 것이지만어쨋든 그가 있어야 할 곳은 화려한 조명을 받는 백화점의 쇼윈도 진열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들어서였다.
그리고 며칠뒤 동성로에 나갔을때 백화점 쇼윈도에 화려한 옷을 입은 마네킹들을 보자 주유소에서 인사하던 마네킹이 생각났다.
너무 비교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 매연 속에 찌든 한복을 입은 마네킹과 온실과 같은 쇼윈도 안에 있는 잘 닦여지고 최신 유행하는 옷으로 입혀진 마네킹은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았고그 주유소의 마네킹이 너무 보잘것 없이 느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쇼윈도 안의 화려한 옷을 입은 움직이지 못하는 마네킹 보다 조잡스러운 기계장치를 통해서나마 생명을 갖고 창의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주유소의 마네킹이 어쩌면 더 행복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다 똑같은 사회는 창의성과 다양성이 결여된 사회이다. 모두가 다 대학을 가야하고 모두가 다 능력이 있어야 하며, 돈을 많이 벌어야만 성공하는 사회, 모두가 똑같은 문화를 즐겨야 하는 사회는 화려한 조명이 있는 쇼윈도 속의 사회인 것이다.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재능, 다양한 문화가 서로 어우러진 쇼윈도 밖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손영득〈모션&픽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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