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객석에서-뮤지컬'명성황후'

미국 장기 공연을 끝내고 돌아온 뮤지컬 '명성황후'가 지난 26~29일 대구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지역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명성황후'의 미국 공연성과에 대해서는 흥행이 적자니 실패라는의견과 본격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으니 성공이라는 견해가 맞선다. 그러나 한작품이문화상품으로 자리잡는 예가 드문 우리 연극계에서 지금까지 '명성황후'가 보여준 궤적은 각별한의미를 지닌다.

'명성황후'는 수차공연을 통해 계속 보완된 작품이다. 특히 가창력은 초연에 비해 상당한 향상이있었고, 내용도 훨씬 정리되었다. 일본과 조선 묘사의 불균형도 다소나마 보완되었다. 또한 재공연때마다 의상과 장치까지 새로 제작하기를 주저하지 않아 총투자액이 거의 1백억원에 이른다고한다. 이 모든게 관객에게 선택받는 상품을 만들려는 의지의 소산이리라.

그러나 역사관과 극적 갈등 부재는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물론 연출(윤호진)은 1895년 명성황후시해 당시의 국내외 상황이 IMF사태를 맞게 된 지금 상황과 흡사하고, 따라서 강하고 통일된 톤의 일본과 여리고 흐트러진 분위기의 조선으로 대비시켜, 분노건 반성이건, 관객 반응을 극대화시키려고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시 단순한 이분법은 드라마 구성을 허약하게 한다. 더욱이 대원군을 비롯한 조선 각료들의 단순 묘사는 삼각 갈등구조를 포기하고 민비와 일본의 단선적 대결만을 부각시키는 결과를빚고 말았다.

물론 이번 대구 공연에서 관객들의 호응은 대단했다. 오래전에 지은 공연장이라 장치전환 장치가다양하지 못해 볼거리가 충분하지 못한데도, 노래가 끝날때마다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니 앞서 지적한 문제에 대해선 너그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지금껏 문화상품 개발이 그만큼 약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관객들의 입맛이 높아지고 눈이 까다로워져도 살아남는 작품이 되려면 좀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오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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