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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요즘엔. 모두들. 아이들은 공부에 시달리느라 바쁘고 어른들은 먹고 사느라 바쁘고 무슨무슨 모임에 한자리 메워주느라 바쁘고 실직자들은 일자리 찾아다니느라 바쁘고 가진 자들은 놀고 즐기느라 바쁘다.

바쁘지 않으면 핑핑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에 발맞추지 못한다. 발맞추지 못하면 혼자뒤처지게 된다.

세상이 가는 길을 뒤쫓지 못하고 혼자 길을 찾아가야하는 것은 힘들고 외롭다. 자신이 어디에 있든 세상과 통화하기 위해 세상이 자신을 호출해주기를 기다리기 위해, 그리하여 홀로 남지 않고자신밖으로 뛰쳐나가기 위해 손엔 핸드폰, 허리춤엔 삐삐. 바빠지기 위해 외롭지 않기 위해 사람들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밖에서 유혹하는 생의 메뉴들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먹고 싸면서 사람들은 바쁨을 즐긴다. 자신을잊어버리게 하는 고성능 망각제인 바쁨. 그러나 문득 그 바쁨이 사라지고 나면 그 여백을 무엇으로 메워야 할까. 여백이 배당되면 막막해진다. 속도감에 취해 맹목적으로 돌진하다 끊겨진 길 앞에 선 것처럼.

그런 막막한 순간이 당도하기 전에 우리는 바쁨 가운데서도 한 박자 느리게 가면서 여백의 즐거움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산책하듯 고요히 자신의 내면에 이르는 길을 찾아보는 여백의 시간을바쁨속에 끼워두어야 한다.

내면의 집에 등불을 켜고 자신의 모습을 오래 들여다보는 자는 세상의 어떤 어두운 길도 다 건너갈 수 있게 된다. 그는 혼자여도 두렵지 않다. 그의 내면의 빛이 그를 자신의 그리운 나라로 안내할 것이기에. 자신이 켜든 내면의 빛을 따라 세상의 길들을 건너는 자는 아름답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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