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탱크정부

탱크의 매력은 어떤 장애물도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돌파력과 정확한 진로 조준, 크고 작은 저항을 제압해 나가는'힘'에 있다. 조그만 장애물만 걸려도 뒤로 물러서거나 반발과 저항에 부딪히면 금방 진로를 바꾸고 방향을 제대로 못잡는 탱크는 탱크가 아니다. 정치나 국가 통치에 있어서 탱크주의는 나타 날 수 있고 또 필요한 때가 있다.

특히 오늘날처럼 개혁을 주창하고 기도(企圖)하는 야심찬 새 정권이 들어 섰을때는 정책이나 지도이념의 추진에 있어서 뭔가 강력히 밀어붙여 보이겠 다는 탱크정부의 사고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더욱이 제2건국의 기치를 내걸 고 있는 현 정부로서는 탱크보다 더 강력하고 쏜살같은 게 없을까 아쉬워 할 정도로 갈 길이 바쁜 처지다. 구조조정, 빅딜, 정치개혁 등 모든 개혁정책들 을 탱크처럼 맹렬히, 또 숨돌릴 틈없이 밀어붙이며 나아가야만 경제회생과 제2건국의 가닥이나마 잡아 쥘 수 있는 입장도 있다.

거기다 만약 개혁을 성 공시키지 못하면 준비된 정권도 별 것 아니더라는 비판이 따르게 된다. 따라서 국민정부의 탱크주의 의지는 어느 정권보다 강력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도 IMF라는 상황을 감안해 대량실업, 정리해고를 수용하고 지역금융 퇴출을 인용하는 등 저항과 장애물을 순순히 걷어주고 양보해왔다. 말하자면 탱크가 부담없이 질주 할 수 있게 길을 터준 것이다.

모든 희생과 상실감을 감수하면서 오직 탱크의 헤치위에서 당당한 위세로 질주하는 DJ만을 바라보 며 새로운 개혁과 신속한 국가회생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정책과 결단이 작은 맞바람만 불어도 금세 흔들리는 불안한 모습이 보이고 준비가 덜 된 시행착오적인 폭주가 눈에 띄고 있다. 신정 연 휴 문제 하나만 해도 그렇다.

김대통령은 불과 10개월전 대통령에 당선된뒤 '음력설을 쇠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하며 양력설을 쇠는 게 옳다고 본다'는 음력설 폐지 검토를 인수위 측에 지시한 바 있다. 당시 언론은 김당선자의 발언을 들어 '내년부터(99년)양력설이 될 것 같고 신정연휴는 사흘로 늘어날 것 같다'는 보도까지 했었다. 그게 열달만에 거꾸로 뒤집어진 것이다. 이중 과세를 없애는 것은 옳다. 음력설로 통일한다면 신정 휴일을 하루만 쉬는 것 도 역시 타당하다.

그러나 음력설을 없애고 양력설을 쇠자고 하면서 양력 정초 연휴는 하루로 줄여 버리자는 모순된 지침번복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구나 그런 결정도 국내외 여행스케줄과 기업체의 생산근로계획이 거의 다 3일연휴에 맞춰 짜여 진 상황에서 불쑥 결정한다. 하려면 지난 여름쯤 하자고 했어야 옳았다.

그 마저 여행업계와 노동계의 저항이 있자 또다시 금방 진로를 바꿔 버렸다. 말 에 힘을 얻지 못하게 되자 이왕 빼든 칼, 호박이나 찔러 본다는 식으로 약방 에 감초처럼 공무원은 일하러 나오라는 토를 달아 더 어정쩡한 시책이 되게 했다. 생산성을 생각해 출근하라는 1월 2일은 토요일이다.

공무원이 출근해 서 도와줘야 할 민원인과 기업인, 여행계, 노동계는 다 놀러가고 없는데 공 무원 혼자 사무실 열어 놓으면 전국 공공기관 반나절 문여는데 드는 전기료 난방비, 출근차량 기름값은 과연 생산적인가?

지금 탱크정부의 질주는 어느 정도 용인하고 도와 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산림, 수산분야 대미협상의 실책, 교원정년과 수급정책의 차질, 신정연휴 번 복같은 진로 수정, 폭주, 시행착오가 너무 자주 용납돼서는 안된다. 모든 약 속된 개혁은 탱크처럼 밀고 나가되 자칭 준비된 정부답게 좀 더 치밀하고 신 중하게 밀어 붙여주기 바라는 것이다. 탱크정부의 매력은 강력.신속.정확에 있다.

金廷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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