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시절 내 별명은 고구마장수였다. 실제로 고구마장수는 아니었고 거리에서 마주친 친구나아는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이었다.
긴 겨울이 가고 세상이 춘색(春色)으로 화사해져 캠퍼스가 생의 낭만으로 가득 차 있었을때도 나와 나의 클라스메이트들은 강의실과 도서관만 오가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두껍고 무거운 책들을 부둥켜 안고 도서관 모퉁이를 지키는 것이 6년 대학시절의 전부였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절의 변화도 몰랐고, 더군다나 계절이 가져다 주는 낭만도 몰랐던 무미건조했던 그시절. 바깥세상에 무감각해지면서 봄이 와도 겨울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때가 많아 고구마장수라는 예쁘지않은 별명이 붙여졌던 것이다.
나역시 다른 친구들처럼 미팅도 하고 싶었고 멋진 남자친구랑 데이트도 즐기고 싶었다. 분식집에서 맘껏 떠들어대며 매운 떡볶기도 먹고 싶었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영화가 주는 감동에도 젖어보고 싶었으며 낯선 곳에서 에뜨랑제의 여수를 느껴보고도 싶었던 시절이었다.당시 나의 캠퍼스시절은 무채색으로 칠해진 캔버스처럼 무미건조할 뿐이어서 패션모델처럼 세련된 메이크업과 옷차림의 요즘 여대생들을 보면 예쁜 유화같은 젊음을 즐기고 있는 그들에 잠시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만약 시간의 신(神)이라도 있어서 한번 더 내게 20대를 돌려준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또 고구마장수가 될 것만 같다.
청춘의 낭만을 맘껏 발산하는 것도 아름답지만 자신이 가고자 하는 그 길을 한눈팔지 않고 최선을 다해 경주하는 것, 그것도 아름다운 청춘이기에.
〈경산대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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