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재계.금융기관 3자 간담회에서 합의된 5대 재벌 구조조정 방안은 그동안 요지부동이었던 재벌개혁의 밑그림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일단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비록 합의문 안에 담긴 내용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원칙차원에서만 머물러왔던 정부의 재벌개혁 구상에 살을 붙여 하나의 체계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관심을 끌 만하다는 평가다.
이번 청와대 합의를 요약하자면 현재 상호출자나 상호지급보증 등으로 단단하게 묶여있는 계열사구조를 독립된 기업의 느슨한 연합체 형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미 기아사태를 통해 여실히증명됐듯이 지금껏 재벌이 확장수단으로 애용해온 선단식 경영은 하나의 계열사가 무너지면 다른계열사도 연쇄 부실화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즉 이같은 연쇄부실화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이번 간담회에서 마련된 것이 적게는 42개에서 많게는 66개에 이르는 계열사수를 절반 이상으로 줄여 3~5개의 주력업종 중심의 소그룹으로 개편하고 주력업종에서 제외된 계열사나 사업부문은 매각, 합병, 청산 등을 통해 정리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계열사 매각을 통해 마련되는 자금으로 금융기관 빚을 상환하고 여기에다 총수의 사재출연과 외자유치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오는 2000년 3월말까지 상호지급보증을 완전히해소한다는 방안도 덧붙여졌다.
이러한 합의내용이 제대로 시행되면 5대 재벌은 독립성을 유지하는 3-5개 소그룹의 느슨한 결합체로 변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또 계획대로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질 경우 해외에서의 기채(起債)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이같은 5대 재벌 구조조정 방안의 추진을 위해 대출금의 출자전환이라는 당근과 함께 분기별 이행실적 점검을 통해 부진한 기업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이나 신규대출 중단이라는 채찍을함께 구사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대통령 주재로 분기별로 이행실적을 점검하겠다고 한 것은 재벌들이 과거처럼 약속만 해놓고 실천은 흐지부지하는 과거의 못된 버릇을 되풀이 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은 것으로 재벌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재벌구조가 획기적으로 개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재벌총수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전혀 손대지 않았기 때문에 3~5개의 소그룹으로 분해된다고 해도 총수의 장악력은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가 걸어갈 것으로 보이는, 형제간의분사(分社)도 삼성에서 분리해나온 한솔그룹의 예가 보여주듯이 분사로 만들어진 소그룹이 다시재벌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금융기관 부채 상환을 위해 주력업종에서 제외된 비주력계열사나 한계기업을 매각하고 대규모외자유치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고 하지만 과연 계획대로 될지 의문이다.이와 함께 앞으로 채권은행이 여신회수나 대출중단 등을 통해 합의사항의 실천을 강제해간다는방침도 은행 뒤에 사실상 정부가 있다는 점에서 정치논리의 개입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합의내용은 재벌정책이나 산업정책사에 한 획을 긋는 획기적인 것이긴하지만 현실화되기까지는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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