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 겨울 유난히 추운 복지시설

'쌀만 있다면…'.

합판으로 벽을 세우고 전기장판으로 새우잠을 청하지만 이 겨울 칼바람을 막기엔 역부족. 대구시달서구 상인동 ㅈ아파트 단지내 상가 건물에 위치한 '나눔 공동체'. 오갈데 없는 장애인 30명이학원으로 사용하던 40여평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곳이다. 대부분 부모가 있어 복지 시설에는 수용될수 없지만 가족들이 경제력을 상실, 이곳에 수용돼 있다.

5년째 이곳을 운영해가고 있는 이왕욱 목사(39)는 "전기장판으로 추위를 이기며 하루 세끼 해결하기도 힘들다"며 "이젠 빚까지 2천만원으로 늘어나 얼마나 더 버틸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나눔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인원은 무보수 교사까지 합쳐 모두 35명. 건물 임대료에다 식사비만매달 6백여만원이 들지만 올들어 후원금은 4백만원을 넘어선적이 없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며칠전 쌀 3가마를 도둑맞아 이젠 밥마저 마음껏 먹을수 없게 됐다.

80이 넘은 노인과 부모가 가출한 아이등 23명이 10년째 한가족을 이루며 살아오고 있는 달성군가창면 '사랑의 집'도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춥기는 마찬가지.

지난달 기름보일러를 장작으로 바꿨지만 3백만원에 이르는 한달 생활비를 마련할 길이 까마득하다. '사랑의 집' 가장인 김성곤씨(41)는 "시내에 있는 뷔페 식당에서 남은 음식물을 가지고와 그나마 걱정을 덜고 있다"며 "어떻게든 살아갈수는 있겠지만 이곳에 오려는 이들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어 가슴이 아프다"고 목이 메였다.

정부나 법인단체들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인가 복지시설'들이 IMF로 무너지고 있다. 경제 한파 이후 유일한 운영비인 후원금이 격감하고 있지만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 대구·경북 지역내 이러한 비인가 복지시설은 어림잡아 30여 곳.

사회복지연구회 은재식 국장은 "비인가 시설의 아동이나 장애인은 법적인 요건이 안돼 허가 시설에는 수용될수 없으나 실제 가정이 해체된 경우"라며 "엄연히 우리사회가 책임져야할 절대 빈곤층이지만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어렵지만 '사람의 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비인가 복지시설들의 바람은 간단하다. 담요 몇장과 쌀만 있다면 이 겨울도 이겨낼수 있다는 것.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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