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울철새, 낙동강을 외면했다

국내 주요 철새 도래지로 알려진 경북 고령군 다산면,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포항시 형산강 일대습지가 무분별한 모래 채취로 모래섬등이 없어지고 폐기물 불법매립이 늘어나는 바람에 흑두루미, 왜가리 등 겨울 철새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낙동강 달성습지에는 매년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겨울철새 2백~3백 마리가 찾아와 겨울을 보냈으나 지난해 겨울부터 달성습지 일부가 없어지면서 수가 급격히 줄어들다 올 겨울에는 거의 자취를 감춘 형편이다.

낙동강 달성습지는 당초 강 중앙에 장방형으로 형성됐으나 달성군청이 모래 채취 허가를 내주면서 95년이후 하반부가 잠식되기 시작, 현재는 하반부 대부분이 없어져 철새 서식공간이 거의 사라지게 됐다.

또 달성습지 상류인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상수원 취수장에도 매년 철새 2백여마리가 날아들었으나 현재 취수원 확보를 위한 콘크리트 호안 및 고무보 건설공사가 진행되면서 철새가 찾지 않고있다.

이와 함께 인근 낙동강 합류지점의 진천천에는 50여m의 구간에 암반, 폐콘크리트 등 건설폐기물이 매립돼 7~10m이던 강 폭이 5~7m로 줄어들었으며 낙동강 주변 모래채취현장 부근 곳곳에 건설폐기물이 매립된 채 방치되고 있는 형편이다.

포항지역 상수원인 형산강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빚어져, 10여년 전만해도 상당수 도래했던 노랑부리 저어새, 흰기러기, 검은머리 갈매기, 물수리, 고니 등 희귀 철새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포항시가 몇년 전부터 형산교 밑 유휴지를 개발해 대규모 유원지를 조성하고 있고, 그외 곳곳에서도 강변 숲이 밭으로 개간됐으며, 경주시 강동면 구간 강변에서는 외팔교 직강화 공사가 벌어지는 등 환경 훼손이 심한 때문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청둥오리 도래지로 유명한 포항시 신광면 오리못도 최근 몇년 사이의 골재 채취로 철새 급감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총무는 "철새 도래지를 잘 보호해 탐조 관광지로 만들면 모래채취 허가에 따른 수익 이상을 기대할수 있으나 행정당국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철새 도래지 복원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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