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우이웃에 줄잇는 세밑 온정

대량 실직과 감봉에 물난리까지. 참으로 어렵고 힘든 한 해였다. 내남없이 어려운 세밑 이지만 이웃을 향한 사랑만은 어느 해보다 뜨겁다.

잇따르는 사랑의 행렬. 이를 우리사회가 성숙된 시민사회로 바뀌어가는 징표로 봐도 무리가 아닐듯하다.

13년 동안 무의탁 독거노인 및 소년소녀 가장과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있는 경주지역 기관장 비서 모임인 반니회(회장 박인숙·26·경주시장실 근무). "세상에 밝은 빛을 전한다"는 이름 처럼회원이 바뀌어도 그 "빛"은 늘 또렷하다.

반니회는 23일 이재우씨(73·경주시 성동동) 등 홀로 사는 노인 6명에게 쌀 20㎏들이 1포대 씩과라면 1상자씩을 전했다. 지난 6월에도 경주시 중앙동 일대의 무의탁 독거 노인들에게 쌀과 라면을 전하고 이들의 외로움을 달랬다. 지난 77년 결성된 "반니회"는 명절이나 세밑이면 거르지 않고늘 그늘진 이웃들을 보살펴 왔다.

제일모직 구미사업장 여사우회(회장 채순옥) 회원들은 22일 구미 동아백화점, 구미역, 중앙시장일대에서 행상하는 노인들에게 예쁜 목도리와 담요를 선물했다. 목도리는 60여명의 여사원들이쉬는 시간 틈틈히 짠 것. 뜻 밖의 선물을 받은 행상 노인들은 손녀 같은 이들과 차 한잔을 나누며 얼어붙은 손과 마음을 녹일 수 있었다.

봉화경찰서에는 만성 신부전증으로 투병 중인 의경 돕기가 한창이다. 지난 10월 봉화경찰서에 배치된 김종인이경(19)이 지난달 말 만성 신부전증 판정을 받아 조기 제대 할 예정이지만 경찰서직원들은 "집안 형편도 넉넉잖은 김이경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모금운동을 시작한 것. 박봉을쪼개 모금한 돈은 1백여만원. 그러나 김이경이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하루가 달리 늘어나는 실직가정 자녀와 결식 학생을 도우려는 열기도 뜨겁다.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부모의 실직으로 학비를 못내는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액을 늘리고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불우 학생 돕기에 나섰다. 김천지역 학교 영양사들은 방학 동안 결식 학생들이 먹도록 김장김치를 담가 주고 조리사들은 라면을 사주기로 했다.

칠곡군 약목면 복성리 우영아파트 부녀회는 바자회를 열어 마련한 50만원을 결식 학생 돕기 성금으로 내 놨고, 문경발전 추진협의회 사회복지분과위원회는 지역 24개 초교의 결식 학생 2백40명에게 라면 1상자씩 사 줬다.

대구지검 상주지청과 범죄예방 예천군지구회는 예천교육청에 결식 학생 돕기 성금 3백29만원을기탁했고, 영주 청소년오케스트라(단장 전규일)는 22일 영주 시민회관에서 소년소녀가장돕기 송년음악회를 열어 세밑을 훈훈하게 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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