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길이 있었던가?
길은 인간이 지나다닌 흔적이고 어딘가에 가 닿으려는 의지의 결과물이다. 마음의 길도 이와 같아 사람과 사람 사이 처음부터 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 터. 마음이 마음 놓고 오갈 수 있는 순한 마음의 길은 서로의 마음이 끊임없이 내왕하며 닦아야 하는 길이다.
서로의 마음을 방문하여 서로의 마음을 오래 들여다보고 그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고 어루만져주지 않으면 마음의 온전한 독해는 불가능하다.
얼굴과 행동 뒤에 숨어 있는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선 마음의 길이 필요하다.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빛깔과 무늬가 있으므로.
닫힌 마음은 고인 웅덩이처럼 썩을 수밖에 없다. 병든 마음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이 가난해지고가난한 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 한 쪽 건넬 수 없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때로 건강한 마음 한 쪽의 보시는 목마른 자에겐 오아시스가, 길 잃은 자에겐 환한 길이, 메마른 영혼에겐단비 같은 음악이 될 수 있다. 마음은 쓰잘 데 없는 마음을 비우고 신선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먹는 신진대사가 원활해야 건강할 수 있다.
남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건 닫힌 마음이 상대의 마음을 잘못 읽거나 아예 읽어보지도 않고 덮어버리는 탓이다. 마음을 내기 위해선 먼저 마음을 닦아야 하고, 맑게 닦여진 순수한 마음을 머무는바 없이 내면 마음의 길이 닦여진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어서 산 찾아 물 찾아 떠난 마음,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닌 절망의 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러나 혼신의 힘으로 그 벽을 뚫고 나가기만 한다면 역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깨달음에이르게 된다. 무욕으로 비상하는 새처럼 가뿐하게 마음의 길을 떠나면 타인의 순수한 마음, 고마운 마음, 아름다운 마음을 만날 수 있고, 그러한 마음들과 즐거이 인사하고 악수하고 어깨동무할수 있으면 마음은 한없이 넓어지고 깊어지게 된다.
김현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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