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주】IMF바람에 친목회 해체 위기

"이번 만큼은 꼭 회장을 맡아 주셔야 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 24일 밤. 고교 동창회 임원 50여명이 대구시내 돼지갈비 식당에 모여 내년도 회장단을 선출했다. 그러나 추대된 3, 4명이서로 사양하는 바람에 회의가 장시간 지연됐다.

연말연시를 맞아 상조회.동창회.종친회.동갑회.향우회 등 친목단체들의 정기총회가 러시를 이루고있으나 차기 회장단 선출을 놓고 저마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예년이면 규모 큰 친목단체일수록회장 자리를 놓고 너도나도 나서는 바람에 급기야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양상을 보였지만 올해는사뭇 딴판인 것.

이는 IMF 이후 실직자가 양산되고 급여가 대폭 깎여 회원수가 종전의 절반으로 줄었고, 회비로충당되는 기금 마저 거의 거덜 나 장학사업 등은 커녕 아예 조직 조차 존폐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김모씨(45)는 "동창회 회장으로 추대될 때 내놔야 할 수십만~수백만원에 달하는 찬조금이 수월치않다"며 "또 그나마 남은 기금으로 원활한 모임을 유지하기 어려워 권유를 뿌리칠 수밖에 없는처지"라고 했다.

직장 상조회 경우도 예상되는 실직 회원들의 위로금 지출을 위해 특별회비 명목으로 또다시 회원들의 홀쭉해진 지갑을 넘봐야 할 형편이어서 회장 맡기가 역시 썩 내키지 않는다고 한 관계자는말했다.

〈성주.金成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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