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기술로 IMF이겼다

참으로 힘겹고 고통스러웠던 한 해였다. IMF관리체제 벽두부터 몰아친 경제대란의 광풍은 무수한 기업들을 맥없이 쓰러뜨렸으며, 유례없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수많은 봉급자들을 길거리로내몰았다. 가정에는 눈물과 한숨이 흘러 넘치고, 공장굴뚝에는 절망과 무기력만이 감도는 캄캄한세월이었다.

그렇지만 대구 성서공단의 삼성색소공업 사람들은 달랐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우며, 70명의 직원들은 똘똘 뭉쳤다. 외환위기 이후 살인적으로 치솟는 이자와 원자재 비용의 부담이 엄청났지만 그래도 땀의 대가를 굳게 믿었다. 6년여의 산고끝에 개발해놓은 '초극세사용 착색제'라는 섬유 및 전자제품에 대한 착색 기술력을 이대로 썩일 수는 없었다. 흔한 말로 위기는 기회일 뿐이었다.

직원들은 스스로 봉급 동결을 결의하고 야근을 자청하며 IMF 극복의지를 불태웠다. 내수시장은꽁꽁 얼었지만 평소 눈길을 돌린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마침내 전직원이 뭉친 끝에 해외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매출은 수직상승으로 이어졌다.'수출 5백만달러 달성, 전년대비 매출 40% 증가, 단기순이익 2배 상승' 착색제와 합성소재만으로한해동안 일궈낸 땀의 결실이다.

전체 생산량의 70%가 이탈리아·독일·일본 등 해외에서 팔렸으며, 올 한해동안 이어졌던 내수시장의 극심한 침체도 이들이 발목을 잡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주력상품이었던 단순착색제의 매출이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올 해는 절반 이상 줄었어요. 10년앞을 내다보고 신제품개발에 힘써준 직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결과도 기대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이 회사 서창환전무(35)는 밤샘작업에도 한마디 불평도 없었던 종업원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10명의 새식구를 맞아들였다. 성서공단내 대부분의 공장이 매출감소와 부도로 '감원, 퇴출'의 악령에 시달린 것과 달리 이들은 공장을 키워나갈 새로운 꿈에 부풀어 있다.올 한 해의 성과에 안주하지않고 발명특허 2건, 실용신안과 의장등록을 합쳐 30여건을 획득하고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내년도에는 두자릿수 성장을 다짐하고 있다.

"이미 개발을 끝낸 특수강 대체용 신소재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세계 시장을 겨누고 있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내년에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삼성색소'는 더욱 빛이날겁니다"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이 회사 직원 70여명의 당찬 목소리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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