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침향' 3월 개봉 앞두고 마무리 한창

원로 영화인 김수용감독은 요즘 칠순의 나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충무로 편집실에서 청년 못지않은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바로 그의 1백9번째 영화 '침향(沈香)'의 편집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오는 3월 개봉 예정으로마무리작업중인 이 영화에 대해 김감독은 "개봉을 서두를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노장 감독이 기울이는 정성이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다.

'침향'은 여러모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다. 무엇보다 4년전 일본에서 촬영한 '사랑의 묵시록'을 제외하면 13년전 검열시비로 감독포기 선언까지 하게 만든 '허튼 소리'이후 오랜 침묵끝에 내놓는 작품이어서 그의 독특한 영상미학이 어떻게 표출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김감독은 이 영화의 제작을 위해 대종상을 7번이나 수상한 정일성 촬영감독(70), '만추' 등 1백여편의 시나리오를 쓴 예술원 회원 김지헌 작가(69)와 영화사 'K.J.K. 필름'을 설립할 정도로 강한애착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말부터 촬영에 들어간 이 영화는 일찍부터 일본 매스컴의 주목을 받아 도에이 영화사가 일본배급을 전격 결정한 상태. 서강대 방송아카데미 영화인류학 연구팀은 촬영현장을 따라다니며 우리 영화의 마지막 도제시스템으로 남아있는 정일성 촬영감독과 이후곤 촬영기사의 모습을6mm 비디오카메라에 담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상적 구조를 가진 영화문학을 표방하는 이 영화는 소설가 구효서의 중편 '나무남자의 아내'를원작으로 현대문명에 매몰된 인간이 사랑과 이별, 홀로서기를 반복하며 자신을 발견하고 '인간적향기'를 회복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출연진도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김호정, 곽명화씨 등 베테랑 연극배우들을주연으로 발탁, 실생활속에 묻어나는 자연스런 연기가 살아나도록 했다. 탤런트는 이세창과 이정현이 주연으로 나서 주체할수 없는 젊음으로 인생의 격랑을 겪지만 사랑이라는 소중한 감정앞에마음이 열리는 소설가 지망생 찬우역과 오직 찬우만을 사랑하다 자살하고마는 창녀 선희역으로호흡을 맞춘다.

찬우를 친형처럼 따르는 부잣집 아들로 카레이서를 꿈꾸는 대학생 진식역은 경북외국어테크노대방송제작과 1년에 재학중인 김명준씨(22)가 맡아 화제. 이번이 첫 영화 출연인 김씨는 김수용 감독으로부터 "넌 중요한 역할이다"는 말을 듣고 촬영이 없을때도 열심히 배우는 자세로 임했다며앞으로 연기자의 꿈을 이뤄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향기를 발하는 괴목처럼 은은하게 인간의 향기를 전하겠다는 '침향'이 상업적인 인스턴트 영화들사이에서 휴먼드라마의 진수를 펼쳐보일지 결과가 기대된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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