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기차안에서

지난달 서울 예술의 전당 연주 연습 때문에 갑자기 서울행 새마을호를 타게 되었다.그 전날 잠을 자지 못해 기차 안에서 쉴 생각으로 좌석을 뒤로 눕히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잠을자기 보다는 서울까지 가는 동안 불편한 마음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내 뒷좌석에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아주머니가 타고 있었는데 시종일관 아이와 말동무가 되어 객실 내를 시끄럽게 했다. 그 어린아이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자리를 이탈하여 왔다 갔다 하나 했더니 심지어 내 뒷 머리카락을 손으로 만지기까지 했다. 안내원이 와서 아이를 좀 조용히시키라고 부탁하고 갔다.

그러나 효과가 없었다. 참다 못한 한 신사분이 아이를 나무랬다. 아이는 울고 기차 안은 더욱 시끄러웠졌다. 그 아주머니는 어린 자식의 기를 죽인다고 투덜되며 항의하는 소리까지 커지고 있었다.

순간 몇해전 일본 연주 여행 중 지하철 안에서 있었던 일이 떠 올랐다.

일본인들은 지하철 안에서 대부분 독서를 하기 때문에 무척 조용했다. 그때 난데없이 네댓살 보이는 어린애가 큰 소리로 울어대고 있었다. 당황한 그 애 어머니는 아이를 데리고 급히 화장실로갔다.

몇분후에 눈이 퉁퉁 부은 아이를 데리고 나와 승객들에게 큰절을 두 번 하면서 공공장소에서 자식이 큰 소리를 내어 미안하고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시킨 어머니로서 죄송하다고 정중히 사과를했다.

뒤에 알고 보니 그 어머니는 아들을 화장실에서 매를 쳐서 울음을 그치게 했다고 한다.어떤 것이 교육적으로 나은지 잘 모르겠지만 21세기 세계를 이끌어갈 선진 국민이 되려면 먼저개인의 이익보다는 남을 존중하는 예(禮)를 갖춘 성숙된 시민 의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구미1대학 생활음악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