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색깔 잃는다" 비주류 불만

한나라당의 새 원내총무에 이부영(李富榮)의원이 내정됐다. 의원총회의 추인을 밟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대여 투쟁수위가 높아질 것임을 분명히 예고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의원이 한나라당의 원내사령탑으로 포진함으로써 지난해 말 당직인선 과정에서 민중당출신의 초선인 이우재(李佑宰)의원을 부총재로 기용했을 당시 잠시 기미를 보였던 정체성 시비의여지를 만들게 됐음도 부인할 수 없다. 이의원 단독후보 추대쪽으로 몰아가려는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뜻이 전달됐음에도 12일 의원총회에서 절차상의 문제 제기와 함께 일부 의원들이 이의원의성향을 문제삼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었다.

또 국회 529호실 사건이후 당내 개혁성향의 초·재선의원들이 대여투쟁을 주도하고 민정계출신중진들과 보수성향의 의원들이 끌려가는 상황에서 이의원의 총무기용은 이들로 하여금 이총재의당 운영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이총무의 등장은 그동안 불만을 삭이기만 하며 때를 기다리던 비주류의 반이회창 기류를가속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이날 의원들 사이에서 강경파의 독무대가 되고있는 강성일변도의 의원총회 무용론이 제기된 것도 이총재의 지도력에 대한 불만의 우회적 표현이었다.

물론 이의원은 개인적으로 당내에서 재야출신으로서는 투쟁성 못지않게 합리성과 온건성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또 재야출신으로는 드물게 재선이다. 따라서 날치기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박희태(朴熺太)총무의 후임자 가운데 0순위로 손꼽힌 인물이다.때문에 초·재선의원과 야당 경험이 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의원의 총무기용을 대여 강경투쟁의 환경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민주계출신의 한 의원은 "이의원의 기용은 당이 처한 상황으로 볼 때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시민단체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 이의원이 총무가 됨으로써 재야와의 연대가 쉬워졌다는 분석도 했다.

반면 침묵해 온 다수 인사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민정계출신의 한 중진의원은 노골적으로 "이의원의 원내총무 발탁은 정체성 훼손"이라며"이총재가 '홍위병'을 앞세워 중진을 무력화시킨 가운데 정치는 하려하지 않고 전쟁만 하려한다"고 지적했다. 그는이어 "여당에 대해 우위를 점했던 색깔문제에서도 우위를 지키기 어렵게 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다른 한 초선의원도 "보수·안정세력을 기반으로 한 당의 정체성이 손상된 것은 분명하다"며 "이총재가 정체성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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